삼성생명(032830)이 금융플랫폼 토스를 활용해 보험 서비스를 진행한다. 지난 29일 업무협약(MOU)를 맺은 것을 시작으로 토스 앱 내에 보험 가입·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협약으로 인해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스

최근 3년간 토스는 보험업계에서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왔다. 지난 2018년에는 ‘토스보험서비스(현 토스인슈어런스)’라는 이름으로 보험대리점(GA) 형태의 자회사를 만들었다. 작년에는 ‘토스 보험 파트너’라는 앱을 개발해 외부 보험 설계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보험사가 토스와 손을 맞잡고 업무 전반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그동안 토스와 서비스 제휴를 한 보험사들은 많았다. 그러나 단순 토스 인증서를 도입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현재까지 토스 인증서를 도입한 보험사는 삼성화재·교보생명·KB생명 등 총 8곳이다.

2일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업무협약이 보험사 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 넘게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한 삼성생명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면, 다른 보험사들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명보험 쪽 관계자는 “토스와 같은 빅테크 사와 협력하는 것은 자주 있었지만, 이번 협약처럼 보험업무 전반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경쟁 보험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같이 협력하는 관계라 해도 쉬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발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외에도 토스는 여러 보험사 및 설계사들과 함께 사업을 함께 진행해왔다. 보험설계사 전용 영업 지원 앱 토스보험파트너엔 현재 40만명의 설계사가 등록돼 있다.

그 중 메리츠화재는 소속 설계사 7100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어 삼성생명(032830)(4600명), DB손해보험(005830)(45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토스보험파트너를 광고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보험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참여한 보험사들은 현대해상(001450), 동양생명(082640), DGB생명 등이 있다.

토스 측은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토스 관계자는 “보험 상품을 직접 만드는 방향으로 혁신하기 보다는 상담 등을 통해 고객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과 핀테크 회사의 이러한 협업이 보험 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적으로 어렵다고 느껴지는 보험 상품을 보다 간편한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인철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핀테크와 결합하는 양상은 산업 전체로 보면 고객 편리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변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각 보험사 상황에 따라 핀테크 및 플랫폼 진출은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토스와 같은 빅테크 사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해선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다 보면 업계 자체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아직은 관련 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그리 큰 위협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빅테크 플랫폼들이 간편하다 보니, 이렇게 상황이 지속되면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서비스를 진행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손해보험 관계자는 “기존 보험사를 대체하거나 위협할 수준이 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 인력, 인프라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년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 보험사를 따라잡기엔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