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박이인 이모(38)씨는 며칠 전 서울에 있는 대구은행의 한 지점을 찾아 대출 상담을 받았다. 연말 주택 구입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야 하는데,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대출 자체가 막히거나 한도가 크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소 거래하던 곳도, 연고지가 있는 곳도 아니었지만, 대출받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요자들이 얼마 없는 지방은행 지점의 문을 두드리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화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 탓에 주요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속속 걸어 잠그는 가운데, 대출 절벽에 내몰린 소비자들이 평소 이용하지 않던 지방은행까지 찾는 것이다.

지방은행. /조선DB

지방은행들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달리 일괄적으로 연말 대비 증가율 ‘6%’ 갭을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의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만큼 워낙 가계대출 양이 적기 때문에, 6%를 일괄 적용할 시 내줄 수 있는 대출 총량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연초 금융당국에 일정 금액의 총량을 약속해 이를 관리한다. 이 때문에 6%를 상한선으로 하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신호가 있었을 때 지방은행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었다.

대표적인 곳이 DGB대구은행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약속한 연간 목표치와 비교해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당분간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중반으로 높은 편이라, 가계대출 이슈에서 다소 비켜서 있는 편이다. 또 대부분의 지점이 위치한 대구·경북의 경우 집값 상승 등의 영향이 크지 않아 지금과 같이 주택자금을 기반으로 한 가계대출 급증세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광주은행이나 전북은행도 비슷한 분위기다. BNK부산·경남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인 것 이외에 별다른 추가 조처를 하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에 5대 은행에서 주택자금 관련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당초 세운 자금 계획에 훨씬 못 미치는 한도를 받아든 소비자들 사이에선 지방은행도 공략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방은행별 서울 지점 개수는 ▲부산은행 7곳 ▲경남은행 4곳 ▲대구은행 3곳 ▲광주은행 18곳 ▲전북은행 9곳 ▲제주은행 1곳 등이다.

이런 ‘풍선 효과’가 급증하는 추세는 아니지만, 일부 지방은행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지점별 대출 실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효과가 슬금슬금 나타나 빗장을 걸기 시작한 일부 지방은행도 생겨나고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전세자금 대출과 주담대, 일부 신용대출 등에 대한 신규 접수를 연말까지 중단했다. 중금리·저신용자 상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단한 셈이다.

부산은행도 같은 날부터 타행의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대환대출(갈아타기)을 중단하기로 했다. 부산은행은 앞서 지난달 1일 주력 신용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같은 달 6일부터는 주담대 대환대출을 막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