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만원까지 되돌려받을 수 있는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 제도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카드사들이 치열한 마케팅을 펴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유치전을 자제해달라 권고했음에도 카드사들이 문자 폭탄을 쏟아내자,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여 공익적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카드사가 숟가락을 올리려는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상생소비지원금 주관부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일부터 시작한 상생소비지원금 제도에 이날까지 837만명이 신청했다. 경제활동인구가 2800여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직 2000만명이 신청을 하지 못한 셈이다.

카드 캐시백은 이번 달 1일 소비분을 기준으로 이전보다 많이 쓴 신용·체크카드 사용액 10%를 현금성 충전금(포인트)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업종을 대상으로 소비를 늘리고, 내수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올해 2분기 월평균 사용액보다 카드 결제를 더 많이 한다는 전제 하에 3%를 넘는 증가분의 10%를 월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주요 카드사들은 신청을 받기 시작한 1일 이후 이날까지 일제히 회원들에게 대상자 확인 여부를 안내하는 알림을 문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보내고 있다. 카드사들은 해당 알림이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신청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신용·체크카드를 예전보다 많이 쓰면 늘어난 사용액 일부를 돌려주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제도 신청이 시작된 1일 서울 시내 한 카드사 고객센터에 상생소비지원금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수는 평균 3.9장 정도다. 각 카드사가 SNS나 앱으로 알림을 보내면 성인 1명당 최소 4번에서 많게는 8번 이상 같은 알림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 소비자들은 ‘알림이 지나치게 잦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각 카드사는 지난 1일 이후 금융 소비자가 신청을 완전히 마칠 때까지 계속해서 알림을 보내고 있다. 신청 마감 기한은 다음 달 30일까지다.

카드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알림을 보내는 이유는 상생소비지원금을 받으려면 현재 여러 카드를 쓰고 있어도, 그 중 한 곳만을 골라 전담 카드사로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에게 이번 상생소비지원금은 신규 금융 소비자를 유치하거나, 충성도와 이용률을 동시에 높일 기회다.

지원금을 받으려는 신청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카드사 순위를 좌우하는 결제액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지원금은 지난 2분기보다 돈을 더 많이 써야만 받을 수 있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이고, 10월에 153만원을 썼다면 증가액 53만원 가운데 3만원(3%)을 제외하고 50만원의 10%인 5만원을 돌려받는다. 이 돈은 고스란히 카드사에 포인트로 쌓인다.

그 밖에도 전담 카드사가 되면 사용실적이 인정되는 가맹점 정보, 사용실적 내용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 등과 맞물려 카드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소비 패턴 정보를 쌓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추진하는 새 사업이나 마케팅에 이 데이터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작년 재난지원금 지급, 이번 추석 명절 직전 국민지원금 지급 때도 카드사가 지원금을 이유로 들어 유치전이나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는 행위가 정부 정책 목적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카드사들이 성대한 이벤트를 드러내 놓고 기획하진 않지만, 코로나19와 맞물린 정부 사업을 카드사가 비즈니스 기회로 삼는다는 지적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