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고의 차량 접촉사고를 유발해 합의금 및 수리비 명목으로 억대를 챙긴 보험 사기단 34명이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됐다./연합뉴스

앞으로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를 겪은 경상환자가 과잉진료를 받고 보험료를 청구하는 행위가 차단된다. 정부는 과잉진료로 인한 선량한 운전자의 비용분담을 줄이고, 합리적인 치료비 보상 방안을 구축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 교통사고 경상환자 보상제도를 개편하는 정책 내용을 국토교통부와 공동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에는 교통사고 경상환자들이 진단서 제출 없이 3주 이상 장기 진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경상환자는 염좌나 가벼운 뇌진탕 등 상해등급 12~14급 환자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일부 경상환자들이 진단서 없이도 입원 및 장기 진료를 받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해외 주요 국가도 경상환자에 대해서는 진료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진단서가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영국은 합의 과정에 진단서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캐나다는 경상환자의 진료기간을 12주로 제한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경미한 상해를 의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일러스트=정다운

또 금융위는 경상환자가 본인의 과실만큼 보험금을 제하고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자동차사고 발생 시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자동차보험에서 상대방 치료비를 전액 지급했다. 새로운 경상환자 보상제도는 국토교통부 고시와 금융위 자동차보험 표준약관만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올 하반기 안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금융위의 이번 정책은 자동차보험료 인상 억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와 소비자들의 공감대 때문이다. 일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로 인해 자동차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 대당 평균보험료는 지난 2015년 60만원에서 지난해 67만원으로 올랐다. 경상환자 진료비는 2014년 3455억원에서 2020년 1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인 배상 보험금 부담은 22만3000원(2019년 기준)으로 영국의 1.9배, 일본의 2.5배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상환자의 한방 병의원의 진료 관행이 대인 배상 보험금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한방 병의원의 일주일 입원진료비는 200만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고가 입원비의 약 70%가 상급병실료다. 일부 한방병원의 경우 호텔급 시설을 갖춰놓고 내원 환자들에게 휴식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에 상급병실료를 청구한 한의원의 진료비는 72억7000만원이다. 이는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28배 증가한 규모다. 경상환자 또는 경미손상사고 환자에 들어가는 보험금을 방치한다면 보험업계의 손해가 확대되고, 결국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보험금 비교’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대인 배상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선량한 계약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며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