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6일부터 11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절차에 돌입하면서, 지원금을 지급하는 주된 창구가 될 신용카드사들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카드사들은 자사 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커피 쿠폰이나 편의점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적 지원금을 사적인 소비와 연계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역시 당국이 지원금과 연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당부하자 카드사들은 지원금 사용 기간이 겹치는 추석 명절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실시하거나, 국민지원금 사용에 특화한 새 서비스를 선보이며 어떻게든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이 국민지원금 온라인 신청을 시작한다. 지난해 5월 총 14조원이 풀린 재난지원금 지급분 대부분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신청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지급되는 금액 역시 상당수가 카드사를 통해 쓰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의 한 시장 내 가게에 붙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 /연합뉴스

상생국민지원금으로 명명된 5차 재난지원금은 1인당 25만원씩, 전 국민 88%에 주어진다. 2002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성인이라면 개인별로 받을 수 있다. 세대주에게 지급했던 지난해 5월 재난지원금과 비교해 지급 대상이 더 늘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지원금 이용자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신한카드는 1일 국민지원금을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우리 동네 지원금 가게 알리미 서비스를 선보였다. 집 근처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을 신한페이판(PayFAN) 앱 알림 메시지로 보내주는 형태다. 위치기반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푸시 알림으로 집 근처 가맹점 정보도 받아볼 수 있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 역시 유사한 가맹점 조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거나, 곧 할 예정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가 예산에서 지원하는 긴급 재난지원금을 놓고 카드사가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 일면서 금융당국이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올해는 지원금 관련 신청대상이나 방법, 기간 같은 내용이 담긴 안내 문자 정도만 제공하고, 경품이나 포인트를 쌓아 주는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과도한 마케팅 대신 지원금 사용 기간이 겹치는 추석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카드를 새로 발급하거나,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혜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KB국민카드는 9월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체크카드를 신규 발급하는 이용자가 2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캐시백을 해주기로 했다. 간편결제로 일정액을 결제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지급한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커피 쿠폰을 제공하던 프로모션과 유사하다. 오는 22일까지 체크카드로 건당 20만원을 결제하면 7000포인트를 쌓아준다.

우리카드는 이달 24일까지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백화점, 할인마트, 시장에서 결제한 이용자 가운데 1717명을 추려 최대 3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하나카드도 이달 22일까지 대형마트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 1000만원 이상 이용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깎아준다. 현대카드는 추석을 앞두고 토스터, 주유 상품권, 커피 쿠폰 등을 카드 이용자를 위한 경품으로 준비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사례로 봤을 때 카드사 이용자들이 국가가 주는 지원금을 자사 카드로 쓴다고 해도 딱히 경영지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인 골목 상권 중심이라 카드사들이 얻는 실질적인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는 것이 카드사 측 주장이다.

전통시장 같은 지원금 사용처 가맹점 대다수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로 우대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상인들이라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6% 이하로 적용된다. 카드업계에서 신용판매 수익 마지노선은 1.5%로 알려졌다. 인당 2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카드로 써도 0.1% 수준의 마진을 남기면 이자비용과 판매·관리비용, 지원금 관련 인프라 구축비용에 쓰이는 영업비용만큼도 안 남는다는 의미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은 카드사 한 곳을 정해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구조라, 여러 카드를 나눠서 쓸 때보다 유의미한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소비자별 결제 데이터는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활용할만한 가장 유용한 정보라, 카드사는 데이터 수집 차원에서 지원금 이용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