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8월 한달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000원으로 전월(695조3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달인 7월 증가폭이 6조200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반토막난 셈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연초부터 수요가 폭발했던 신용대출의 경우 8월에는 전달과 비슷한 증가세를 보이는 데 그치면서 가계대출 상승폭을 크게 좁혔다.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9000억원으로 전월(140조9000억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일의 자리까지 계산하면 11억원 올랐다. 공모주 청약 수요가 있었던 7월 증가폭(1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꺾인 것이다.

이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한도를 제한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신용대출 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부터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조처가 일부 은행부터 속속 시행되기 시작했다.

다만 가계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493조4000억원으로 전월(489조6000억원)보다 3조8000억원 늘면서, 올해 최대 증가액을 보였다. 7월 증가폭(3조8000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4조원에 육박하는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0조원으로, 전월(118조3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9월 이사철을 맞아 수요가 늘어나고 금리인상 전 미리 주담대를 받으려는 수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말 농협은행·우리은행의 주택대출 일부 중단에 대한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보통 주택 관련 대출은 1~2개월 정도 먼저 계획하고 신청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은 다음달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은행의 수신고는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632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9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달에는 1조3000억원 가량 줄었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적금(적립식예금)은 35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649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탓에 은행으로 흘러들어와 일시 대기하는 자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