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과 경영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시중은행들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큰 폭으로 줄이는 가운데, 주요 카드사들이 도리어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카드사 영업점포 수는 지난해 말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올해 2019년 수준으로 다시 증가했다.

26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영업점 수는 194개를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5.4%(10곳) 늘어났다.

국내 카드사 영업점 수는 지난 2017년 말 299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상반기 177곳으로 줄었다. 10곳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카드 발급에서도 비대면·온라인 발급이 일상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카드사들이 새 먹거리로 새 차와 외제차, 중고차를 망라한 자동차 할부 금융을 강화하면서 다시 영업점을 늘리기 시작했다. 올 연말까지 카드사 영업점 수가 6개 이상 늘면 200개를 넘어선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은 수준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의로 신용카드 판매 시장이 정체된 와중에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은 할부 기간 내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전업 카드사 5곳의 자동차 금융 취급액은 4조7478억원으로 전년 4조2611억원보다 4867억원(11%) 늘어났다.

그래픽=정다운

유난히 눈에 띄게 영업점을 늘린 곳은 우리카드다. 2019년 31개였던 영업점이 올해 1분기 기준 44개로 42% 늘었다. 경기 4곳, 서울 3곳, 대전 1곳, 부산 1곳, 경남 1곳, 대구 1곳, 충북 1곳, 충남 1곳으로 전국 각지에 새로 문을 열었다.

우리카드가 올 들어 새로 낸 영업점들은 주로 자동차 할부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캐피탈 지점’ 간판을 달았다. 우리카드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자동차 할부금융 전문회사였던 아주캐피탈을 인수해 ‘우리금융캐피탈’로 이름을 바꾼 데 따른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현재 영업점 44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개가 캐피탈 지점일 정도로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우리카드가 지난해와 올해 새로 낸 캐피탈 지점만 각각 6개, 5개다. 우리카드는 앞으로도 캐피탈 점포 위주로 오프라인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운수·물류·렌터카 업체 같은 대형 법인들, 혹은 부가가치가 높은 수입차 딜러사와 제휴 영업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금융은 개인이 신차 매장이나 중고차 매장에서 딜러 소개를 받아 현장에 있는 금융 대리점과 할부를 진행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라, 대형 매장 옆에 자리를 잡아야 금융 소비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며 “당분간 할부 금융·리스·렌터카 같은 자동차 할부 금융 상품에서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동차 금융 취급액이 가장 많았던 신한카드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수입차 관련 금융센터 3개를 추가로 열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은 이익률이 높지는 않지만, 회수를 못 할 위험이 낮은 편이라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수년 전부터 자동차 금융 시장을 강화해왔다”고 밝혔다.

업계 2위인 KB카드도 최근 중고차 할부금융 특화 영업점 ‘오토금융센터’를 열며 서울과 수도권의 중고차 매매단지, 매매상사, 제휴점을 대상으로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 서비스나 카드론이 카드사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커 과도하게 영역을 넓히기가 어렵다”며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은 외국처럼 현대자동차 같은 생산업체가 중고차 매매시장에 직접 진출할 경우, 시장이 더 불어날 가능성이 다분해 잠재적으로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