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네이버는 동대문 패션시장의 디지털·글로벌화 지원과 뉴딜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동대문 시장은 디자인과 소재, 제조, 유통 산업이 집적된 패션 클러스터지만 중국 저가패션의 침투로 매출액이 급감했다. 2015년 30조원이었던 동대문시장의 추정매출 규모는 2019년 15조원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에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은과 네이버는 동대문의 물류 체계를 첨단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으로 바꾸고, 디자인과 제조, 유통의 전 단계를 디지털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 동대문시장의 도매상가에서 한 스타트업 직원이 옷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나오고 있다. /조선DB

풀필먼트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물류 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자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상품을 자체 물류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배송하는 형태다. 아마존이 1999년 세계 최초로 풀필먼트를 도입했고, 국내에선 2014년 쿠팡이 로켓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협약식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 그리고 풀필먼트 시스템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브랜디의 서정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동대문 브랜드 풀필먼트 센터에서 열렸다. 산은과 네이버는 동대문 시장의 재도약과 K-패션 글로벌 진출 및 디지털 산업대전환 지원을 위해 상호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뉴딜분야 스타트업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네이버와 풀필먼트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해 산업은행이 투자·융자 등 금융지원을 해나가기로 했다. 또 네이버가 추천하는 기업에 대해 산업은행 투자 프로그램인 KDB 넥스트라운드(NextRound)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네이버는 동대문 시장의 패션 판매자가 물류에 대한 고민 없이 판매·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본에서 서비스 예정인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글로벌 진출도 도울 계획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맞춰 전통 물류방식을 디지털로 바꾸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장참여자 간 시너지 제고를 위해 풀필먼트 스타트업 다수를 지원하는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산업은행은 협약체결에 앞서 네이버 투자기업인 브랜디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브랜디는 국내 최초로 동대문 시장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해 주문 접수에서 사후 관리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한 스타트업이다. 올해 정부 선정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스토에 20억원의 지분투자를 하고, 물류 스타트업 위킵에 물류센터 건축자금을 267억원 지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대문 시장이 전통적인 유통망의 한계에서 벗어나 브랜디의 첨단 물류시스템과 네이버의 글로벌 플랫폼 토대 위에서 스마트 패션 클러스터로 진화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