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가 폐지된 마당에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만 공인(공동)인증서를 쓰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닐까요. 적요(摘要·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나 보험보장 내역도 마이데이터 사업 정보 제공 범위에서 빠질 거라는데, 이미 금융소비자들이 기존에 제공 받았던 정보를 왜 제외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쉬이 가지 않습니다.”

지난달 30일 만난 신중희 토스 사업개발실장은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이 반쪽짜리 사업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금융업계와 IT업계의 기대와 달리 8월 시행을 앞두고 정작 서비스 혁신에 필요한 정보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여러 금융회사 등에 흩어진 개인 신용 정보를 한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는 8월부터 시작된다. 허가를 받은 업체는 금융상품 추천, 투자 자문, 대출 중개 등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사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의 개인 맞춤형 광고·추천과 같은 사업도 벌일 수 있다.

토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핀테크(FinTech) 회사다. 지난 2015년 ‘간편송금’ 앱에서 출발해 현재 1800만명이 가입해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중 유일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토스가 지난해 1차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금융업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다.

그런데 이 사업에서 가장 수혜를 받는 입장일 수 있는 토스부터 불만을 표시했다. 신 실장은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을 앞두고 금융위와 금융권 모두가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개인의 신용 데이터를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금융사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지금보다 자세하고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실장과의 일문일답.

마이데이터 사업에선 공인인증서만 사용할 수 있나.

“지난해 12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면서 이통 3사와, 카드사, 은행 등의 사설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고객들은 오는 8월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선 공인인증서만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한 번의 인증으로 여러 금융회사 정보에 대한 전송 요구가 이뤄지는 마이데이터 통합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인인증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설인증서를 주로 쓰는 사람들도 공인인증서를 써야 하는데, 사용자 입장에선 결국 과거로 회귀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유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사설인증서도 인정할 수 있게 하도록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속도가 나진 않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해도 결국 사용자들은 공동인증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8월 4일 시작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공동(공인)인증서를 써야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DB

‘적요’라는 용어는 생소한데, 이를 주고받지 못하게 되면 무슨 문제가 생기나.

“적요는 송금인, 수취인 정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홍길동씨가 김철수씨에게 돈을 보낼 때 홍길동과 김철수라는 정보가 적요가 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규격에서 적요가 제외되면, 송금·수취인 이름이 ‘알수없음’으로 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원을 송금하면, A 통장에는 ‘B에게 100만원’이라고 표기되고, B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제공 내역에서 적요 정보가 제외되면 B의 이름을 알 수 없다. ‘정보없음’으로 표기된다.

이미 많은 핀테크 서비스들이 가계부나 입출금내역 관리 서비스에서 송금·수취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앞으로는 사라질 수 있다. 이 또한 원래 받던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역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보험 보장내역도 마이데이터 사업 정보 제공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들었다.

“보험 보장내역 역시 기존에 보험 리모델링 등을 위해 고객들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던 정보였지만, 보장내역이 신용정보법에서 정의하는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사가 줄 의무가 없다고 결론난 상황이다.

관련 내용이 빠지면서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핀테크 입장에선 기존 제공하던 서비스마저 막힐 수 있고, 이에 소비자들의 불편함만 되레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되면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신용정보를 한 곳에서 편하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마이데이터 기업들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진행하나.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은 ▲사용자의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UX)을 구현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지 여부다.

결국 고객과의 접점 경험을 누가 더 잘 설계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다. 앞선 오픈뱅킹 사례에서도 타 금융기관의 정보를 조회하는 접점 역할을 누가 더 잘 수행했는지가 경쟁력의 포인트였다. 여기선 핀테크 가입자가 은행 가입자 대비 약 50% 많아지면서 핀테크의 승리로 끝났다.”

신중희 토스 사업개발실장이 지난 4월 30일 조선비즈와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토스 제공

토스만의 마이데이터 전략은 무엇이 있나.

“토스는 2015년 간편송금에서 시작해, 계좌, 카드, 보험, 대출, 투자 등 금융의 다양한 영역에서 40개가 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핀테크나 빅테크보다 폭넓은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해 고객들이 다른 앱이나 서비스를 쓰지 않아도, 토스 앱만으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에서 고객의 자산현황과 거래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여기엔 고객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상품 추천이 필수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더 많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상품 추천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예정대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나.

“사업 주체들 간 여러 쟁점이 있지만, 금융위가 사업을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출범시키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속도가 나고 있다. 현재는 금융위와 신정원 주도하에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정보제공자 측과 서로 주고 받을 데이터가 무엇이 될지 결정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사와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 서로 주고받을 데이터들을 결정하는 작업이 완료되면, 실제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사전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점검 시기는 6월에서 5월말로 앞당겨졌다. 점검을 마치면 회사별로 서비스를 정교화해 8월 4일부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고객 입장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체감하게 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토스 고객 입장에선 가장 먼저 관련 약관에 동의하라는 메시지를 받게 될 것이다. 토스는 이미 스크래핑(scraping·데이터를 웹서버에서 직접 끌어오는 기술)을 통해 마이데이터 유형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내용이 변화하기보다는 데이터를 불러오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공공데이터와 의료데이터 등 비금융데이터가 풀려 받을 수 있게 되면, 이와 관련해선 최근 시작한 국민비서 서비스나 아파트 관리비 납부 서비스처럼 일상생활과 관련한 서비스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업권별 마이데이터 예시.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