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주식시장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부터 바짝 죄었던 통화 긴축의 고삐를 다소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증시에도 투자 자금이 몰렸지만,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증시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세계 증시는 미국 통화 당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 조정받았다. 그런데 파월 의장이 긴축에 감속(減速)을 예고했는데도 이날 코스피 지수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것을 보면, 앞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투자자의 우려가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세계 수요 둔화로 주요 품목의 수출 단가가 하락하는 동시에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은 58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증가했지만, 수출은 519억달러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부산항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뉴스1

특히 반도체 수출 부진이 심각했다. 11월 반도체 수출액은 84억달러로 작년보다 30% 줄었다. 석유화학, 일반기계 수출도 감소했다.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자동차와 차 부품, 석유제품, 2차전지 등 일부 품목에 그쳤다.

수출이 경제의 핵심 축인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출 기업의 부진은 곧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감소로 기업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는 이런 상황이 주가에 비교적 선명히 반영됐다. 아직 글로벌 수요가 탄탄한 현대차(005380)와 내수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NAVER(035420), 카카오(035720) 주가는 상승했지만,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000660)와 석유화학 업체 LG화학(051910) 주가는 하락했다.

앞으로 수출 전망도 어둡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수출 실적은 글로벌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경기 둔화와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보다 장기적인 시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수출 감소는 나쁜 전망이지만, 순환적인 관점에서 위기 이후에 돌아올 기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무역 적자 폭이 줄어 4분기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하고, 동시에 원화가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보이면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경기 침체에 대비해 유틸리티, 식품, 유통 등 경기방어주에 주목하고, 연말 배당 성향이 높은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KB증권은 금융 기업 중에는 기업은행·삼성카드·삼성화재·BNK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를, 비금융 기업 중에서는 LX인터내셔널·HD현대·KT·GS건설·영원무역홀딩스·에스에이엠티·애경케미칼·조선내화·광주신세계 등을 매력적인 배당주로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