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뉴욕 증시를 이끌었던 ‘메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기준 메타의 주가는 90.79달러로, 지난해 9월 378.69달러에 비하면 4분의 1토막 났다. 이 기간 사라진 시총만 1000조원이 넘는다.

메타의 추락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이사(CEO)의 못 말리는 ‘메타버스 사랑’이 이유다. 지난해 6월 저커버그 CEO는 직원들에게 전한 영상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메타버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SNS) 회사에서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메타가 선보인 XR기기 퀘스트 프로. /메타 제공

지난해부터 메타는 VR헤드셋 ‘메타 퀘스트’ 시리즈, 가상 세계 서비스 ‘호라이즌 월드’를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다.

게임·원격근무용으로 제작된 최신 VR헤드셋인 ‘메타 퀘스트 프로’는 1500달러(약 211만원)라는 비싼 가격과 772g에 달하는 무게로 출시 직후부터 대중화되기엔 부적합하다는 평을 받았다. VR헤드셋으로 접속 가능한 호라이즌 월드는 출시 직후부터 사용자 확보에 고전하면서, 최근 월간 사용자 수 목표를 50만명에서 28만명으로 줄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정보기술(IT) 전문기자 파하드 만주는 “‘메타 퀘스트 프로’를 착용하고 ‘호라이즌 월드’에 접속했을 때 내가 궁금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미래가 아닌, 메타의 회계장부였다”면서 “메타는 아무도 참석하고 싶지 않은 파티에 수십억 달러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이은 ‘헛발질’에 메타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이 감소한 메타는 3분기에도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메타의 올 3분기 순이익은 44억달러(약 6조2000억원)로, 지난해 3분기(92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4%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비용이 19% 이상 늘어났다. VR헤드셋과 메타버스 사업을 이끄는 ‘리얼리티 랩(Reality Labs)’의 부진이 뼈아팠다.

상황이 이런데도 저커버그 CEO는 여전히 집착에 가까운 메타버스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6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연구하는 많은 것들이 잘 작동하고 잘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타도 지난 2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서 “2021년 ‘리얼리티 랩’에 10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향후 투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은 메타의 목표가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200달러→165달러), JP모건(180달러→115달러), 씨티그룹(222달러→168달러), 바클레이스(250달러→165달러) 등이 모두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목표가를 205달러에서 105달러로 내리면서,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동일 비중’으로 하향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광고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AI 인프라·VR기기 등으로 매출 원가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면서 “메타버스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면서 내년에도 매출 부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메타를 사들이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일주일(10월 29일∼11월 4일)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해외주식 5위에 올랐다. 이 기간 약 2442만달러(약 344억원)어치의 메타 주식이 순매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