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상장에 시동을 건 SK스퀘어(402340)의 두 자회사가 공모가를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 다소 높게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 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된 데다 긴축 국면에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소 침체된 상황임에도, 자사 기업 가치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다.

두 회사가 SK그룹 계열사로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공모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오버행(과잉 매물 출회) 위험이 낮다는 점 역시 두 회사의 몸값에 대한 근거가 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SK스퀘어 자회사들의 지난해 성과. /SK스퀘어 제공

◇ SK쉴더스·원스토어, 상장 예심 지연으로 뒤늦게 승인

4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옛 ADT캡스)와 원스토어는 지난달 31일 증권신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후 15일 뒤 효력이 발생하면 공모를 위한 기업설명회(IR)를 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회사는 이달 중순 IR을 시작해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을 거쳐 다음 달 중 증시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잠정적으로 밝힌 공모 청약일은 SK쉴더스가 5월 9~10일, 원스토어가 5월 2~3일이다.

두 회사의 상장 심사는 당초 예상보다 늦게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에서 승인까지는 통상 45영업일이 소요된다. SK쉴더스는 올해 1월 5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3개월 동안 심사를 받았고, 원스토어는 지난해 11월 26일 심사를 청구하고 약 4개월 만에 관문을 통과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특히 원스토어는 패스트트랙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예비심사 기간이 20영업일로 단축됐는데, 한국거래소에서 기업의 향후 성장성을 꼼꼼히 보느라 심사가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이란 규모와 경영 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우량 기업에 계속성과 관련된 심사를 면제해주고 상장 예비심사 기간을 20영업일로 단축해주는 제도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상장 심사 기간을 연장시킨 요인이라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으로부터 물적 분할돼 상장한 후 지주사 할인(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가 저평가 받는 현상)과 모회사 주주 가치 훼손 등이 논란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앞다퉈 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물론 11번가와 티맵모빌리티 등 여러 개 자회사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정치권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 ‘B2C 1등’ 에스원보다 높은 몸값…높은 인수 가격 고려했을 것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에서도 SK쉴더스·원스토어가 스스로 제시한 기업가치는 다소 고평가됐다고 증권가에서는 말한다. 더욱이 올 들어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에 증시가 침체되며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잇달아 IPO를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SK스퀘어의 두 계열사도 몸값을 다소 보수적으로 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막상 두 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에는 이 같은 우려가 크게 반영돼있지 않다.

SK쉴더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측이 제시한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1000~3만8800원이다. 상단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 3조5052억원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쉴더스의 경우 국내에 명확한 비교기업(에스원)이 있고, 에스원은 B2C 시장의 1등 회사”라며 “SK쉴더스가 스스로 기업가치를 에스원보다 높게 평가했다는 것은 (향후 증시 상황이 안 좋아질 때를 대비해) IPO를 할 때 아예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쉴더스는 에스원과 ADT, 안랩, 미국 퀄리스(Qualys), 미국 알람닷컴 등 5개사를 비교기업으로 고른 뒤 이들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에 가중치를 적용한 평균치 16.13배를 자사 몸값에 대입했다. 이를 통해 자사의 평가 시가총액을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하고, 여기에 할인율 25.45~40.43%를 적용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 중 사업 모델이 가장 유사한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4일 종가 기준으로 2조76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쉴더스의 몸값은 다소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SK쉴더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CCTV '캡스 뷰가드 AI'. /SK쉴더스 제공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봐도 SK쉴더스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다소 높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에스원 PER이 약 20배 수준이나, SK쉴더스는 공모가 하단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20배가 훌쩍 넘는다. 단순히 매출 규모를 비교해봐도 SK쉴더스는 에스원에 비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SK쉴더스의 영업수익은 1조5500억원, 에스원의 매출액은 2조3100억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SK쉴더스의 다소 높은 밴드를 재무적투자자(FI)와 SK그룹의 높은 인수 가격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2014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은 SK쉴더스의 전신인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2018년 SK텔레콤과 맥쿼리가 부채까지 포함해 2조9700억원에 재인수했다. 김 연구원은 “IPO가 ‘남는 장사’가 되려면 회사 입장에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브랜드에 대한 믿음 때문에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앞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IPO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도 높은 수익을 거뒀다”며 “SK쉴더스 역시 ‘SK 프리미엄’을 고려해 공모 흥행 성공을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원스토어, 비교 기업이 애플·구글?…낮은 수수료, 적은 유통 주식 수는 장점

원스토어는 공모가 밴드(3만4300~4만1700원)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1조1110억원이다. SK쉴더스 만큼 고평가됐다고 보기 어려우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비교기업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원스토어는 자사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카카오를 비교 기업으로 골랐다.

문제는 애플과 구글 모두 앱 마켓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애플의 매출액은 2745억달러(약 334조원)였으며, 앱 마켓 매출액은 386억달러(약 47조원)에 불과했다. 같은 해 알파벳의 전체 매출액과 앱 마켓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액은 각각 1825억달러(약 222조원), 723억달러(약 88조원)였다.

국내 시장의 일부를 점하는 데 그친 원스토어와 전세계 앱 마켓 시장을 양분한 애플, 구글을 비교 기업으로 놓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원스토어의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141억원이었다. 애플과 구글 앱 마켓에서 발생하는 매출과는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이 이처럼 해외 글로벌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해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제시하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교 기업 교체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스토어처럼 국내에 앱 마켓을 운영하는 상장사가 없는 경우엔 금융당국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앱 마켓 '원스토어'의 홍보 이미지. /원스토어 제공

VC 관계자는 “플랫폼은 1등 사업자가 시장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이 특징인데, 앱 마켓은 전세계적으로 애플과 구글이 거의 다 점유하고 있어 원스토어의 강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매력 있는 사업 모델도 아니고 수수료 매출을 통한 이익률도 낮을 수밖에 없어, SK 계열사라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원스토어의 투자 매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원스토어는 향후 당국이 국내 플랫폼을 육성하자는 목적으로 구글이나 애플에 규제를 가한다면 반사이익을 얻을 여지가 있으며, 또 ‘원스토리’라는 콘텐츠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애플과 구글에 비해 앱 마켓 수수료가 낮다는 점도 원스토어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애플, 구글 앱 마켓의 수수료율은 30%에 달하나 원스토어 수수료율은 2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입점 회사들로부터 높은 선호를 얻을 수 있다.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점도 원스토어의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원스토어는 공모 후 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율이 39%를 넘으며,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은 전체의 22.79%에 해당한다.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점은 SK쉴더스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SK쉴더스의 공모 후 SK스퀘어 지분율은 약 53%에 달하며,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의 24%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