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주요국 증시보다 유독 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금리 상승,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맞물린 탓이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에 따른 수급 변동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0.73포인트(2.6%) 하락한 2648.80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소식에 지수는 하루 만에 반락했다. 지난해 말 종가(12월 30일·2977.65)와 비교하면 11%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 종가는 848.21로 올 들어 18% 빠졌다.

코스피가 1%대 하락 출발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컴퓨터 모니터에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코스피·코스닥지수 평균 낙폭은 14.5%다. 같은 기간 러시아(-25.8%)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12.3%) 등락률은 웃도는 수준이다. 지수별로 보면 코스피(-11%)는 러시아RTS(-25.8%), 미국 나스닥(-17.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1.3%) 뒤를 이었다. 코스닥(-18.0%)은 RTS 다음으로 많이 빠졌다.

러시아, 미국 증시는 연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여러 악재에 직접적으로 노출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달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이 고조됐다.

한국 증시는 러시아와 미국 증시를 끌어내린 요인들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발목을 붙잡혔다.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특성상 인플레와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에는 연준 통화정책 리스크가 지수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면 한국처럼 제조를 해서 수출을 하는 나라는 타격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등이 유입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급 변동성도 지수 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기관들이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기 위해 회사 상장 전후로 기존에 보유 중인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주가 낙폭이 커졌다는 의미다.

물론 러시아, 한국, 미국 외에 다른 나라 증시 대부분이 휘청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9.8% 하락했고, 유로스톡스50지수는 7.6% 하락했다. 독일DAX지수가 7.9% 내린 가운데 프랑스CAC40은 5.2%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과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5.8%, 7.6% 빠졌다. 홍콩 항셍지수(1.1%)만 사실상 유일하게 상승했다.

한편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추가적인 하락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낙폭이 컸던 우량주를 선별하거나, 리오프닝, 금리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바닥을 다진 기업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 이익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주가수익비율(PER) 하향은 상당 부분 이미 반영됐다”며 “증시 자체는 당분간 혼조세를 보이더라도, PER이 과거 평균을 밑도는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은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투자 자체는 보수적으로 하는 게 맞지만 리오프닝 업종 중에서 엔터테인먼트처럼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빠진 업종에 주목해볼 만하다”며 “실제로 하이브(352820)를 비롯한 엔터주가 실적 회복 기대감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견조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들의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도 점쳐졌다. 통상적으로 자사주 취득 공시 직후 해당 기업 주가는 저점을 형성하고 본격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자사주 매입 공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공시 일주일과 한 달 이후 지수를 각각 2.6%포인트(P), 5.0%P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