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에서는 이런 선거 운동 문구를 내걸었다. 클린턴 후보는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승리했는데 경제를 강조한 이 문구도 승리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구가 된 이 표현은 각지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관용어가 됐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다.

중국 북부 산시성 시안시에서 지난해 12월 22일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지역 안을 걸어가고 있다. 인구 1300만명의 시안시는 이날 모든 주민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리고 도시 밖 여행도 금했다. /시안=AFP·연합뉴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이 확산한 지 2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 세계 경제를 돌아본다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 러시아와 서방이 충돌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며 금융시장과 세계 증시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이에 따른 봉쇄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 문제가 확산할 경우 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성장률은 위기의 경고음을 계속 내고 있다. 작년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를 기록해 최악의 코로나 사태가 진행 중이던 2020년 2분기(3.2%)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의 성장률은 2021년 1분기에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초기 경제 악화의 기저 효과로 18.3%를 기록했지만,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로 급격히 하락 중이다. 올해 역시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를 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규제와 그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을 고려해 내놓은 분석이다.

중국 당국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코로나 확산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고 이런 기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델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이례적인 초강력 대응을 하고 있다. 바로 제로 코로나(Zero Corona) 정책이다. 단 한 건의 감염이라도 나오면 그 지역을 봉쇄하고 격리한 후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풀어주는 정책이다. 이러다보니 중국인들은 나가서 소비를 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매 판매 증가율은 1.7%로 시장 전망치(3.7%)를 크게 밑돌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시작되는 2월에도 이런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의 새로운 물결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올해 1분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소매 판매에 더 많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는 있다.

IBK투자증권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이유를 높은 접종률에 대비되는 이례적인 치명률(사망률)이라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해서 치명률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인 시노백, 시노팜을 바탕으로 매우 이른 시기에 접종을 시작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0%를 넘는 매우 높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치명률은 2%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5% 가까이 매우 높다”고 했다. 중국 코로나 확진자 100명 중 5명이 사망한다는 얘기다.

백신

80%가 넘는 백신 접종률에도 높은 치명률이 이어지는 이유는 추정만 해볼 수 있다. 우선 백신이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없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중국인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코로나 확진 사실을 숨기거나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확진자 등록을 안해주고 심각한 중증 상태의 환자만을 확진자로 등록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다음 달 4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다. 전 세계가 베이징을 주목하는 과정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의 리더십이 훼손되고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런 상황이 외신을 통해 세계로 알려지면 세계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발 공급 병목현상의 심화에 따른 세계 경기 위축도 장기화될 것이다.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