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70조원을 넘어 71조원을 넘보고 있다. ETF 순자산총액은 올 초까지만 해도 52조원대에 그쳤는데, 약 1년 만에 20조원가량 늘어났다.

올해 국내 ETF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쏠렸던 자금이 다양한 상품으로 분산됐다. 대신 테마형 ETF가 등장해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늘었고, 자금도 여러 곳으로 나뉘어 투자됐다. 전기차·2차전지 등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ETF들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며 몸집을 키웠고, 좋은 성적을 내며 수익률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 베트남 레버리지, 테마형 ETF 인기… 배터리·게임 등 고수익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들의 순자산총액은 70조5554억원이었다. 9일에는 70조9749억원을 기록하며 71조원 턱밑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ETF 시장 규모는 특히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9년 51조7123억원이었던 순자산규모는 이듬해 52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올 하반기부터 급증하며 11월 19일 기준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그래픽=이은현

ETF 시장이 기록적인 한해를 기록한 가운데, 7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도 등장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KINDEX 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H)’였다. 블룸버그가 산출하는 ‘Bloomberg VN30 선물지수’의 상승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는 이 상품이 유일하다. 올 들어 베트남 증시가 활황을 띠며 VN종합지수가 27% 가까이 상승하자, 79%에 달하는 고수익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테마형 ETF는 나란히 2, 5, 8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올 들어 76.3%의 수익을 내며 2위에 올랐다. 베이징당승, 비야디, CATL, 이브에너지 등 중국 2차전지 관련 기업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 외에 ‘TIGER미디어컨텐츠’ ETF와 ‘TIGER2차전지테마’ ETF가 각각 60%, 56%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5,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ETF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이었다. 올 들어 7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 Select Industry Index’의 변동률과 유사하도록 운용된다. 지수가 올 들어 60% 넘게 상승하자 이 상품 역시 높은 수익을 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 이사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원유 ETF는 크게 원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와 원유선물에 투자하는 ETF로 나뉜다”며 “원유선물 추종 상품은 유가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롤오버(기존 선물과 옵션을 새로운 만기일로 갱신)가 이뤄지며 투자 성과가 낮아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원유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은 연초 이후 꾸준히 높은 수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원유 시추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금 이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원유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원유 관련 ETF는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 게임 테마에 투자하는 상품들도 고수익을 냈다. ‘KBSTAR 게임테마’와 ‘TIGER K게임’ ETF가 올 들어 50% 넘는 수익을 냈다. 두 상품은 각각 ‘WISE 게임 테마 지수’와 ‘WISE K게임 테마 지수’를 추종한다. 올해 다수의 게임주가 메타버스(가상세계) 및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에 대한 기대감 덕에 큰 폭으로 오르자, 게임 테마 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연초 이후 40% 넘는 손실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바이오·헬스케어와 홍콩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도 줄줄이 큰 손실을 냈다.

◇ 코스피 레버리지 쏠림 완화… 자금 유입 1위는 ‘TIGER차이나전기차’

일 평균 거래대금 1, 2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스피200을 두배로 추종하는 상품들이 차지했다. 코스피200 상승을 2배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와 하락을 2배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각각 6543억원, 5162억원의 일 평균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ETF 상품이 다양해지며 고위험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했다. KODEX 레버리지와 KODEX200 선물인버스2X의 지난해 일 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9425억원, 9038억원으로, 올해의 1.5~1.7배에 달했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부문 대표는 “지난해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인버스와 이른바 ‘곱버스(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올해는 정부가 K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업종이 뜨고 2차전지주가 각광 받으며 다양한 테마형 ETF에 자금이 대거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은현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ETF는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였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2조4603억원 늘었으며, 지난 10일에는 순자산총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출시된 지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 외에도 삼성자산운용의 ‘KODEX자동차증권’ ETF와 ‘KODEX 2차전지산업’ ETF에 각각 6876억원, 573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KBSTAR Fn수소경제테마’ 처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에 어울리는 상품들도 설정액이 크게 늘었다.

권 대표는 또 “최근 연금 계좌에서도 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는 연금 계좌의 특성상,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술 성장 테마형 ETF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