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 자산시장을 공포에 빠뜨린 지 한 달이 됐다. 지난 11월 9일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을 휩쓸었고, 미국에 이어 아시아까지 건너와 주식·채권 시장을 뒤흔들었다.

오미크론 충격은 이제 어느 정도 잦아든 것 같다. 미 나스닥지수는 하루 만에 3% 이상 급등하기도 했고, 우리 증시도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2800선이 무너질까 걱정해야 했던 코스피지수는 어느새 3029.57까지 오른 상태다.

그동안 오미크론이 증시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면, 이제는 또 다시 인플레이션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당장 10일(현지 시각)으로 예정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10월 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오르며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11월 CPI 역시 지난해보다 6.7% 오르며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증권가는 전망했다.

다음주에도 투자자들은 온통 인플레이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14일(이하 현지 시각)에는 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5일에는 미국의 수입물가지수가 발표된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9일(현지 시각)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주식 시장의 다음 ‘천적’으로 대기 중”이라며 “만약 CPI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 6.7%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다면, 최근 나타난 증시 랠리는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오는 15~16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온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 지수가 생각보다 높게 나온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번 FOMC에서 내년부터 테이퍼링 규모를 3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월 테이퍼링 규모는 150억달러(국채 100억달러, MBS 50억달러)인데, 내년부터는 현 수준의 2배로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산 매입 축소 규모가 300억달러로 상향 조정된다면, 마무리되는 시기는 내년 3월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내년 6월이었다. 그런데 종료 시기를 3월로 앞당긴다면 테이퍼링에 뒤따르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연준이 내년 중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달 초까지 FOMC 구성원들은 강한 매파적 발언을 이어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일(현지 시각)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연준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랜들 퀄스 연준 이사 역시 테이퍼링 가속화를 지지한다고 발언했으며, 전날인 1일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폐기해야 한다”며 이전의 시장 친화적 입장을 철회했다.

이제 테이퍼링 가속화는 어느 정도 당연한 수순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관건은 신흥국인 우리 증시가 거대한 경제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금리 인상 위협이 커진다면,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는 업종에 따라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된 업종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은 11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는데,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IT 하드웨어와 자동차 관련주를 샀다”며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서 업황이 좋아지고 있어, 국내 관련 업체에서 낙수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