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에도 국내 증시는 3000선을 중심으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본격화, 주요 기업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엇갈린 경제지표에 대한 우려가 그 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87포인트(1.29%) 하락한 2970.6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25~29일) 동안 코스피지수는 일주일 동안 1.18% 하락했다. 지난 15일부터 열흘 넘게 3000선 초반대에서 움직이던 지수는 11거래일 만에 3000을 하회했다.

전날 밤 애플, 아마존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반도체 부족 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뉴욕 증시 마감 후 전해진 소식에 애플, 아마존 장외 주가는 물론 주요 지수 선물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순매도 규모를 늘리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그래픽=손민균

◇ 위드 코로나·실적 기대…업종 차별화 가능성

증권가에선 1일부터 새로운 방역 체계인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는 것은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4주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각각 10명, 12명까지 사적모임이 허용된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진다.

김중원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소비 심리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외식, 숙박, 문화 등 코로나로 피해가 컸던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달 국내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대비 3.0포인트(P) 오른 106.8P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다음 주에도 국내외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는 계속된다. 주요 기업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경기 둔화 우려를 완화하며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발표 이후에는 실적 호조 여부에 따라 개별 기업이나 업종별로 주가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8일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내 260개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이 중 81.9%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코스피200지수 내 60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고,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38.3%로 집계됐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주요 기업으로는 2일 한국금융지주(071050), 삼성SDI(006400), 3일 카카오게임즈(293490), 4일 카카오(035720) 등이 있다. 4~5일에는 롯데쇼핑(023530), 한미약품(128940), 금호석유(011780) 등이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니버스 200종목 기준 3분기 이익은 61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2분기(53조5000억원) 이익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라며 “이미 발표된 60여개 종목 이익만으로도 42조7000억원이 달성된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3분기가 사상 최대이익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준 테이퍼링 개시… 공급망 우려 지속

다만 일부 변수도 있다. 오는 2~3일(현지 시각)에 미국에서 FOMC가 열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테이퍼링은 시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해온 이슈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9월 23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와 관련한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남중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10월 증시에 남아있던 온기가 11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11~12월 사이 시행될 연준의 테이퍼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며 “지난달 미 고용지표는 일손부족->임금상승->물가상승에 따른 통화 긴축 선회를 자극한 만큼, 빠르면 11월 중순 늦어지면 12월 중순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행된 2014년 1월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6% 하락했다. S&P500지수 하락으로 글로벌, 선진국, 신흥국 증시는 각각 4.1%, 3.8%, 6.7% 떨어졌다.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달러 강세와 시중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증시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미국의 지역 연준 제조업지수가 크게 악화됐다. 지난달 공급망 대란으로 뉴욕연준 제조업지수(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에서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도 부정적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고용지표는 실업수당 종료 이후 일자리 복귀로 양호할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허진욱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ISM 제조업지수와 서비스업 지수는 각각 60.3과 61.8로 전월의 61.1과 61.9에 비해 다소 둔화할 것”이라며 “다만 9월 중순 이후 미국의 확진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기 모멘텀의 빠른 개선이 나타나고 있어 ISM 지수는 컨센서스 전망을 상회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9일(현지 시각) 미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애플과 아마존 실적 부진으로 장 초반에는 약세를 보인 미 증시는 결국 반등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89.08포인트(0.25%) 오른 3만5819.5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8.96포인트(0.19%) 오른 4605.38에, 나스닥지수는 50.27포인트(0.33%) 오른 1만5498.39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