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된 대형주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대부분이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이다.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200지수는 2.64%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 카카오(035720) 등 코스피200은 시총이 크고, 거래량이 많아 유가증권 시장을 대표하는 종목 200개의 주가를 추종한다. 이 중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주가로부터 산출되는 코스피100은 2.99% 떨어졌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카카오와 NAVER(035420)(이하 네이버)가 금융당국의 플랫폼 규제 우려 여파로 이틀 연속 하락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주도 약세였다.

대부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각 종목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적게는 2조원대에서 많게는 40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만 39조3317억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5조8001억원), 현대차(005380)(5조3165억원), 카카오(3조4375억원), 네이버(2조815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SK(034730), 엔씨소프트(036570) 등은 1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선 대형주 주가 하락이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대형주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의 팔아치운 국내 주식은 234억달러(한화 약 27조4000억원)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김세헌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대형주 주가는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조정을 받아왔다”며 “어닝 서프라이즈처럼 주가를 끌어올릴 동력이 사라진 가운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거시적인 요인이 외국인 순매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적인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달에는 향후 D램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내년 반도체 업황 우려가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부터 7만원대에 머물러 있고, SK하이닉스도 10만원 초반대서 움직이는 상황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우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가능성 시사에 이틀 연속 급락했고, 이 기간 18조원이 넘는 시총이 증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당국은 7일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금융상품을 비교해 추천하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전반적으로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규제 우려가 부각됐다“며 “이번 규제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단기적인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정부의 규제 의지로 핀테크 사업 관련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6월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454만6497명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소액주주는 각각 154만1106명, 56만3704명, SK하이닉스의 경우 43만1633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