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중에는 좀 특이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다. 셀프 스토리지는 짐을 저장할 공간인 창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창고를 빌려주고 이 공간에 대한 렌트비를 받는 사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셀프 스토리지 기업 퍼블릭 스토리지 영업점. / 블룸버그

미국의 대표적인 셀프 스토리지 기업은 엑스트라 스페이스(Extra Space)인데 리츠로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최근 1개월 동안 엑스트라 스페이스 리츠의 주가 상승률은 9.7%, 최근 3개월 동안 상승률은 26.0%를 기록했다. 미국 상장 리츠 중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엑스트라 스페이스 리츠가 3개월간 26% 상승하는 동안 호스트 호텔 & 리조트 리츠는 7.2% 하락했다. 호스트 호텔 & 리조트는 미국 내 80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고급 호텔 기업으로 가장 큰 숙박 리츠 중 하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엑스트라 스페이스의 주가는 지난해 말 115.86달러(12월 31일 종가)였지만 지난 9월 3일에는 193.71달러까지 상승했다.

엑스트라 스페이스와 함께 대표적인 미국의 셀프 스토리지 업체인 퍼블릭 스토리지(Public Storage)의 주가도 올해 들어 급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거래 중인 퍼블릭 스토리지 주가는 지난해 말 230.93달러에서 현재는 330.76달러로 100달러가 올랐다. 퍼블릭 스토리지는 미국인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최대 셀프 스토리지 업체이기도 하다.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3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퍼블릭 스토리지의 시가총액은 579억5800만달러(약 67조1150억원), 엑스트라 스페이스의 시총은 259억2000만달러(약 30조원)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셀프 스토리지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거의 피해가 없었던 섹터(분야) 중 하나”라며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버릴 수 없는 물건이 있고 이를 싼 가격에 창고를 빌려 보관하려는 수요는 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수요가 있는 업종을 경기방어업종이라고 하고 이런 업종에 속하는 기업을 경기방어주라고 부른다. 라면 등 식료품 기업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셀프 스토리지 기업들도 경기방어주에 속한다는 얘기다.

셀프 스토리지 산업은 미국에만 국한된 분야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8000억원이 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시장은 300억원 규모로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작은 규모다. 그러나 이미 국내 시장에는 엑스트라 스페이스가 진출해 영업 중이고,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하는 국내 토종 기업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미니창고 다락' 서울숲2호점의 보관 공간 모습. /세컨신드롬 제공

엑스트라 스페이스는 서울 양재, 분당, 가산, 압구정, 영등포, 용산, 반포 등 서울 주요 거점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또 세컨신드롬이라는 국내 기업은 ‘미니창고 다락’이라는 브랜드로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니창고 다락은 강남 등 18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설 수는 150여곳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고, 넓은 주거공간이 갖춰진 집을 사거나 빌리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셀프 스토리지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먼 곳을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어쩌면 호텔보다는 창고가 더 돈이 되는 투자처일지도 모른다. 국내·외 셀프 스토리지 기업들의 판도 변화에 관심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