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은 명실상부 국내 최대 증권사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증권사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국내 1위 증권사였던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이 1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IB가 됐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중심은 ‘증권 공룡’ 미래에셋증권이지만, 계열사 간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그룹 회장인 박현주 글로벌경영전략고문과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자리 잡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에서 캐피탈과 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비롯한 만큼,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투명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그룹 측은 굳이 지주사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시작으로 미래에셋투자자문,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잇따라 설립한 후 1998년 12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현주 1호' 펀드를 출시했다. 사진은 1997년 미래에셋투자자문 설립 후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 회장. /조선일보DB

◇ 지배구조 정점에는 박현주 회장… ‘가족 회사’ 미래에셋컨설팅, 송사 휘말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모태는 1997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영업을 시작한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이다. 동원증권과 한신증권에서 근무한 박 회장이 설립했다.

박 회장은 뒤이어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설립하고 이듬해 국내 첫 뮤추얼펀드(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해 주식이나 채권 등의 자산에 투자한 후 이익을 분배하는 펀드)인 ‘박현주1호’를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박현주1호’가 출시 당일 3시간도 안 돼 목표 설정액 500억원을 채우며 흥행에 성공하자, 박 회장은 그룹 사옥을 서울 여의도로 이전하고 인터넷 증권사인 ‘E*미래에셋증권’을 설립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이후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갔다. 2000년대 중반 세종투자신탁운용과 SK투자신탁운용, SK생명 등을 인수했으며 2015년에는 KDB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하며 그룹의 성장사에 방점을 찍었다. 1980~1990년대 1위 증권사 자리를 지켰던 대우증권이 인터넷 증권사로 출발한 미래에셋에 인수된 것은 여의도 역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현재 3개 상장사(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벤처투자)와 12개의 비상장 주식회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이다. 해외에도 80개의 법인이 있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없으며, 박 회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지배 구조를 중심으로 복잡한 지분 관계가 얽혀 있다.

박 회장이 현재 그룹 내에서 공식적으로 가진 직함은 글로벌경영전략고문과 미래에셋증권홍콩 회장이다. 국내 계열사들의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상당 부분 맡기고 자신은 해외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비록 국내 계열사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박 회장은 현재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을 각각 48.63%, 34.32%, 60.19%씩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10%를 보유했으며, 다시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미래에셋컨설팅은 비록 자본금이 39억원에 불과하지만, 그룹의 전체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수직적 지배구조에서 박 회장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3.18%를 직접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구조에서 박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 대부분을 소유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박 회장과 부인 김미경씨의 지분율이 각각 48.63%, 10.24%며, 세 자녀 하민·은민·준범씨가 각각 8.19%씩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 직계가족이 보유한 지분만 총 83.44%에 달하며, 그 외 친인척이 지분 8.43%를 보유했다.

박 회장 일가의 ‘가족 회사’와도 다름없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 임대 및 관리, 인프라 금융 자문업, 숙박 및 부대 시설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컨설팅이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받았다며 시정 명령을 내리며 4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이 2015~2017년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각각 93억원, 83억원 규모의 내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미래에셋 측이 반발해 과징금 취소 소송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는 뒤늦게 이 건에 대한 검찰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중소 골프장이 손해를 입었다고 중기부 측은 주장했다. 해당 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vs “시간과 비용만 많이 들고 이득 없어”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현재의 복잡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투명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투명한 출자 구조로 전환한다면, 계열사 간 부실 전이를 막는 한편 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현행 지배구조는 주력 계열사인 증권사의 부(富)가 박 회장 가족 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으로 이전되는 구조”라며 “지주사로 전환한다면, 소유·지배괴리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유·지배괴리란 지배주주가 작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귀속되는 사적 편익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기 쉬워진다.

현재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금융지주사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시장가 총합이 총자산가치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은 총자산을 늘리며 지주사 전환을 피해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캐피탈의 개별 기준 자산총계는 5조9836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8329억원)보다 2.6% 늘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금융그룹 사옥(센터원). /조선DB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주식 교환 등을 통해 현재의 지분 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지주사가 자회사들의 지분을 개별적으로 보유하는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하면 그 금액은 양도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조 단위의 양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 법인세로만 최소 3000억~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래에셋 측은 굳이 지주사 전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관계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지주사로 전환하는 대신, 투자를 늘려 성장성을 높이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 역시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투자팀장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보다 훨씬 많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대주주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충분한 출자 능력과 건전한 재무 상태 외에도 ‘사회적 신용’을 충족해야 한다.

한편, 미래에셋은 현재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운 ‘공정경제 3법’ 중 하나다. 여기서 법률이 규정하는 금융그룹이란 증권·보험·카드 등 금융사를 두 개 이상 운영하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을 뜻한다. 미래에셋뿐 아니라 삼성과 현대차, 한화, 교보, 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이 법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의 위험 현황과 관리 실태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미래에셋 측은 해당 법이 자사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본적정성 기준에 따라 위험가산자본(그룹 건전성의 위험도에 따라 추가로 보유해야 하는 자본)이 최소 요구 자본합계액의 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조항 때문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 투자 기업의 경우 보험사와 비교해 위험 자산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와 (미래에셋 같은) 금융 투자 그룹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