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0거래일 연속 ‘셀(sell) 코리아’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추가 하락해 50%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주가는 현 수준에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올해 초 고점(9만6800원) 대비 25%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와 외국인 보유비중 간 상관관계. /자료=한국거래소, 그래픽=노자운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51.82%에 그쳤다. 전체 상장 주식 597만주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 수가 309만주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7년 5월 22일(50.4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과거 2016~2017년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렸을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은 조금씩 높아졌다.

2015년 초부터 줄곧 2만원대(액면분할 후 가격 기준)에서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2016년 4월 외국인 보유 비중이 50% 위에 안착한 후 기록적인 랠리를 시작했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1년 만에 4만7000원까지 올랐고, 2017년 11월 2일에는 5만7519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계속되는 동안 외국인 보유 비중은 50%에서 53.7%까지 높아졌다.

반대로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9만6800원)를 찍고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의 보유 비중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56%대에서 올해 1월 55%대로 하락했으며, 5월부터 이달 12일까지는 53%대로 내려왔다. 13일부터는 하락폭이 커졌으며, 19일에는 52%선까지 무너졌다.

만약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현재 수준에서 더 하락해 50%선을 내준다면, 주가는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 2016년 4월 29일 이후 5년 넘게 한 번도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의 보유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시가총액 비중이 국내 증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아직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미 달러화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어, 이 부분이 해소돼야만 삼성전자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가 힘을 받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1등 기업으로, 글로벌 패시브펀드(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에 투자하는 펀드)에 많이 편입돼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배당도 많이 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보유 비중이 50% 미만으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3분기에는 좋을 것이며, 4분기부터는 일회성 비용 등이 증권가의 전망치에 어느 정도 부합할 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67조2500억원, 15조5620억원으로 전망했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3조6740억원, 12조5650억원이었다.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2조770억원, 52조78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