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두 금융 계열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두 회사는 이 달 말부터 약 일주일 간격으로 공모주 청약과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이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나 상장 후 주가 비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모두 카카오(035720)가 최대주주이며, 기업 가치가 10조원을 넘는 이른바 ‘데카콘’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회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업 가치와 공모가를 산정했으나, 둘 다 다소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상장 후 경영진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보상(스톡옵션)은 카카오페이 쪽이 압도적으로 컸다.

카카오페이 광고 영상. /카카오페이

① 기업가치 23조 vs 16조… 둘 다 ‘고평가’ 논란

카카오뱅크가 스스로 평가한 기업 가치는 22조9610억원이다. 이는 장외 주식 시가총액(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인 32조3600억원보다 10조원 낮은 금액임에도,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가 다소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평가 근거로 자본총계를 사용했다. 비교 기업 4개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 평균치를 7.3배로 산정하고, 이를 1분기 말 자본총계 2조8495억원과 곱하고 나서 공모 자금 유입액 2조1599억원을 더해 시가총액을 구했다.

카카오뱅크의 비교 기업 PBR 멀티플 산정 내역.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카카오뱅크가 스스로 평가한 기업 가치 23조원은 국내 1위 금융 지주사 KB금융(105560)의 시가총액(22조45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KB금융의 자본총액이 44조653억원으로 카카오뱅크의 15배가 넘는데도, 시가총액을 비슷하게 평가했다.

카카오뱅크가 시가총액을 이처럼 높게 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 기업을 로켓컴퍼니·패그세구로·TCS·노르드넷 등 글로벌 인터넷 은행 4개사로 골랐기 때문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은행업을 영위하는 국내 상장 회사에 국한된 접근은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동사의 사업 특수성, 높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 등을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 기업들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은행 플랫폼이라는 특수성을 지닌다 해도 PBR 7.3배는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했다. KB금융과 2위 금융 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의 PBR은 각각 0.5배, 0.38배에 그친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적용한 PBR 7.3배를 KB금융의 자본총계에 적용한다면, 회사 시가총액은 321조7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국내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카카오페이 비교 기업들의 적용 성장률 조정 EV/SALES 배수.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카카오페이 역시 페이팔·스퀘어·패그세구로 등 해외 핀테크 기업 3개사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카카오뱅크와 다른 점은, 비교 회사들의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 평균치 44.7배를 구해 적용했다는 것이다.

EV/SALES를 통한 시가총액 산정은 주로 적자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성장률을 토대로 계산한다. 적자 기업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음수이기 때문에 PER 대신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을 구하는 편이 유리하다. 지난 2016년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역시 이 방식을 사용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비교 기업의 적정성에 관한 논란이 있다. 특히 페이팔은 분기 매출액이 60억달러(6조8000억원)에 달하고 전 세계 25개 통화권에서 1억개가 넘는 계정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인 만큼, 카카오페이의 비교 기업이 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액 중 결제 서비스 매출 비중이 30%를 넘고 B2C 금융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페이팔을 골랐는데, 그러한 이유로 단순 비교하기에 페이팔은 몸집과 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큰 글로벌 기업”이라며 “또 페이팔은 기업 가치 대비 매출액 배수가 80배가 넘을 정도로 높은데, 이처럼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거나 너무 낮은 기업은 제외하고 평균치를 구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② 카카오 지분율 32% vs 55%… “카카오 영향, 페이가 더 많이 받아”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주주 카카오의 지분율이 31.78%이며, 2대 주주 한국금융지주(071050)의 지분율이 31.77%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지분율이 55%, 알리페이 지분율이 45%이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회사 중 모회사 카카오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회사는 카카오페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율이 비슷해, 한국금융지주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페이로 QR코드 간편결제를 하는 모습.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IB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먼저 상장한 후 카카오뱅크를 상장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했으나 카카오뱅크 측에서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계열사인 만큼, 향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놓고 한국금융지주와 카카오 간 줄다리기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 속도대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을 뿐”이라며 “만약 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 간 알력이 있었다면 잡음이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③ 뱅크 윤호영 177억 vs 페이 류영준 648억

대표이사가 얻을 수 있는 스톡옵션 차익은 카카오페이 쪽이 압도적으로 클 전망이다.

카카오페이가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류영준 대표는 지난 2019년 8월 스톡옵션 71만2030주를 부여받았다. 행사 가격은 5000원이며, 상장일로부터 5년간 행사할 수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왼쪽부터). /조선DB

카카오페이의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인 6만3000~9만6000원의 상단으로 결정된다는 가정 하에 류 대표가 스톡옵션을 행사해 공모가에 매도한다면, 산술적으로 총 647억9473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108억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만약 카카오페이가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에 성공한다면, 류 대표가 기대할 수 있는 평가 차익은 1740억원이 넘는다.

카카오뱅크의 CEO인 윤호영 대표이사는 스톡옵션 52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희망 공모가 범위의 상단(3만9000원)을 기준으로 177억원의 시세 차익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한다면, 윤 대표가 실현 가능한 차익은 501억2800만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