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너도나도 금 투자를 고민했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가격이 연일 폭락하고 있다.

지난 2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트로이온스 당 1907달러를 기록했던 국제 금 선물 6월물 가격은 21일 현재 1781.80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4월 가격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3월 말 가격인 1680달러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것도 멀지 않은 듯하다.

미 중앙은행이 긴축을 시사하자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조선DB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금값 급락은 미국 중앙은행이 내놓은 긴축 신호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6월 회의가 끝난 후 점도표를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2023년 2차례에 걸쳐 총 0.5%포인트(p)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과 비교할 때 기준금리의 인상 시기가 약 1년 앞당겨진 것이다.

금은 통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화폐로 거래하는 금의 가격은 반대급부로 상승하게 된다. 화폐 가치의 상승기에는 정반대다. 지난주 FOMC에서 예상보다 강한 긴축 신호가 나타나자 미 달러화 가치는 급등했고, 달러화로 표시되는 금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비단 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의 동생으로 여겨지는 또 다른 귀금속 은(銀) 역시 강달러 기조 속에서 급락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이달 초 트로이온스 당 28달러 넘는 가격에 거래됐던 은 선물 6월물은 현재 26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금·은 값을 떨어뜨린 강달러 현상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은 점도표가 특정 연도의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으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온도 차이가 달러화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1일(현지 시각) 미국과 유로존이 “분명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며 긴축을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미 달러화의 강세에 따라 금값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DB

이처럼 강달러 현상이 한동안 계속된다면, 금값 하락에 베팅하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다. 금 선물 가격을 반대로 추종하는 금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ODEX골드선물 인버스(H)’와 미국 ‘ProShares UltraShort Gold, 2x’를 추천했다.

그 외에도 ‘Direxion Daily Junior Gold Miners Index Bear 2X Shares’와 ‘ProShares UltraShort Gold’, ‘DB Gold Double Short Exchange Traded Notes’ 등이 금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이다. 다만, 인버스 ETF는 운용 수수료가 높아 장기 보유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신경 써야 한다. 단기 매수·매도 전략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