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사업부에 대해 ‘경영진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5년 만이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익을 책임져 온 프리미엄 ‘갤럭시S 시리즈’가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대대적인 스마트폰 전략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은 불안한 1위 자리를 공고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세 편에 걸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그래픽=이민경,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1월 갤럭시S21 3종을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IM사업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사업부와 함께 삼성전자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IM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100조원을 밑돌았다.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그만큼 돈 되는 갤럭시S 시리즈를 많이 못 팔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예년보다 두 달가량 이른 1월부터 출시하고, 가격대도 100만원(기본형 기준) 이하로 책정하는 등 승부수를 띄운 것 또한 이런 내부적인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연간 매출 100조원’을 올해만큼은 사수하겠단 의지를 1분기부터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제 막 2분기 중반부로 향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770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23%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첫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아이폰12’의 역대급 흥행에 밀려 2위로 밀려났던 삼성전자가 일단 자존심을 회복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SA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1을 예년보다 빨리 출시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갤럭시A 등 중저가폰을 쏟아내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라고 평가했다. 이 기간 애플은 57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점유율 17%를 기록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신제품 효과’가 사그라드는 2분기부터의 수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품 주문 상황을 보면 2분기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6000만대 초중반에 그칠 수 있다"라며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라고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와 비싼 가격으로 흥행에 실패했던 전작 ‘갤럭시S20’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 애플에 밀리고, 中 스마트폰에도 치이는 ‘갤럭시S’

그간 전작을 뛰어넘는 스펙·가격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갤럭시S 시리즈의 부진은 구조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과거처럼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다"라며 "소비자들은 전작보다 좋아진 스마트폰보다 가성비를 따지게 됐고, 이에 따라 삼성은 연간 2억9000만~3억대 수준의 출하량을 맞추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해가면서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해야 하는 고민스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S 시리즈와 함께 중저가 라인업인 A·M 시리즈를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건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은 전체 매출 사이즈를 확 키우는 데나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이 자사만의 운영체제(OS),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며 고가 전략에도 입지를 다져나가고, 샤오미·오포·비보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삼성과 거의 차이 없는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는 것도 위기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제재 영향권에 들어간 화웨이 빈자리에도 삼성전자가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역대 삼성전자 S 시리즈.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글로벌 1위로 올려준 일등공신이지만, 현재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갤럭시노트 대신할 폴더블폰, S의 구원투수 될까

갤럭시 폴드2 gif

삼성전자는 하반기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갤럭시노트 대신 폴더블폰을 내세운다는 것은 하이앤드 시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으로, 전체 출하량 목표치(3억대) 방어를 위해 중저가 위주로 선보였던 전략 기조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갤럭시S21 FE(팬 에디션)에 이어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2’ 출시로 고부가가치 폴더블폰을 잇따라 쏟아낼 예정이다. 여기에는 삼성이 AMD와 손잡고 그래픽성능을 대폭 개선한 모바일 두뇌칩(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가 들어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자) 아이스유니버스는 최근 트위터에서 삼성전자가 하반기 출시할 차기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에 AMD의 그래픽장치(GPU)가 탑재된 엑시노스가 들어갈 수 있다는 취지의 트윗을 남겼다. 올해 초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차세대 플래그십에 AMD GPU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당장 하반기부터 폴더블폰의 두뇌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의 수요가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 수익성에 당장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AMD 그래픽칩을 계기로 폴더블폰이 삼성전자의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S 시리즈가 노트의 기능을 대부분 흡수한다면 S 시리즈 나름대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했다.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시기는 2023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때까지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