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집착’하는 쿠팡에 피로감 커진 판매자 겨냥 티몬·위메프·11번가…수수료 낮추고 정산일 당겨 네이버, 아마존 대항마로 뜬 쇼피파이형 모델로 1위 굳히기 판매자들 “매출 보장되는데...탈(脫)쿠팡 쉽지 않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자 대상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자, 경쟁업체들이 반대의 전략으로 판매자를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고객 지향의 아마존 모델을 벤치마킹한 쿠팡에 맞서, 반(反) 아마존 모델로 불리는 쇼피파이의 모델을 차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정다운

◇‘고객 집착’ 쿠팡 맞서 판매자 ‘상생’ 앞세운 이커머스 업체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이달부터 업계 최저 판매수수료인 2.9%를 도입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쇼핑몰 평균 수수료율(13.6%)의 5분의 1 수준이다. 상품별로 차등을 두던 수수료 체계도 없앴다.

티몬은 이달 들어 판매수수료를 -1%로 책정하는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시행 중이다. 단품을 등록한 판매자에게 적용되는 행사로, 1건을 판매하면 티몬에서 1% 수수료를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통상 3%대인 결제대행 수수료도 티몬이 부담한다. 회사 측은 “파트너사와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정산 시스템도 빨라지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빠른 정산’을 운영 중이다. 상품 배송이 완료된 다음날 정산 금액의 90%를 정산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고객이 구매확정을 한 다음날 정산해준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선 고객이 직접 구매확정을 하면 다음날 정산해주거나, 자동구매 확정이 되면 정산이 돼 빨라야 10일이 걸렸다.

쿠팡과 시장 선두자리를 겨루는 네이버도 빠른 정산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에 스마트스토어는 배송완료 다음날 판매대금의 90%를 지급했지만, 이달부터 100% 지급으로 확대한다.

◇아마존 위협하는 쇼피파이 모델, 국내서도 통할까?

이커머스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반 쿠팡 정서를 가진 판매자들을 끌어들여 상품수를 늘리고, 고객을 확대하려는 포부로 해석된다. 쿠팡은 아마존처럼 고객 중심의 플랫폼을 지향해 시장지배력을 높혀 왔으나, 고객 중심 서비스가 지나쳐 판매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과도한 납품 가격 인하로 갈등을 빚거나, 최저가를 제시한 판매자가 같은 상품 판매자의 리뷰를 가져다 쓰게해 판매자들의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식이다. 입점사의 상품을 미리 사들여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직접 배송하는 로켓배송의 경우 물건 정산은 빨라야 50일 후에나 받을 수 있어 판매자들의 부담이 컸다.

S-1 증권거래신고서에 소개된 쿠팡 물류센터. 아마존의 풀필먼트센터(FBA)를 본떠 운영되고 있다.

이는 아마존에서도 빈번히 발생한 논란으로, 이런 반아마존 정서에 대응해 성장한 곳이 쇼피파이다. 쇼피파이는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운영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직접 판매(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으로, 지난해 아마존(39%)에 이어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8.9%)로 올라섰다. 체급 차는 크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하고 미래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아마존에 맞설 대항마로 꼽힌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매출 1위였던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2019년 아마존 판매 중단을 선한 후 쇼피파이에 자사몰을 구축했다. 버켄스탁, 이케아, 헤인즈 등도 뒤따랐다. 국내에선 LG생활건강과 크린랲 등이 쿠팡을 떠났다.

네이버는 최근 스마트스토어를 쇼피파이식의 사업모델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네이버쇼핑을 이끄는 이윤숙 포레스트 CIC(사내기업) 대표는 지난달 투자설명회에서 "쇼피파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겠다"며 "상품 관리나 마케팅, 고객관리 등 사업 단계별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머천트(판매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쇼피파이식 모델을 구사할 순 없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나의 플랫폼에 여러 사업자가 상품을 입점해 판매 경쟁을 벌이는 오픈마켓 형태로, 쿠팡과 사업모델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입점 판매자들도 탈(脫)쿠팡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쿠팡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한 판매자는 "타 이커머스 업체들이 좋은 조건으로 입점을 제안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쿠팡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온라인 상품의 품질과 가격이 평준화되면서 소비자 편의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쿠팡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데 많은 비용을 투자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경쟁사들 역시 소비자 편의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