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햄버거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5)씨는 2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이 남긴 ‘악성 후기’로 피해를 본 적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매출의 70~80%가 배달에서 나오는데, 최하점수인 별점 1개가 달리는 날에는 배달 주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안 좋은 내용이 달린 악성 후기가 한 두 개만 올라와 있어도 매출이 반토막 날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지난 1년간 국내 음식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손님이 끊겨 어려움을 겪었던 식당 업주들은 배달 주문 증가로 어느 정도 숨통을 텄지만, 이들에겐 새로운 고충이 생겼다. 배달 음식 후기를 통한 손님들의 ‘갑질’이 급증하면서 생긴 ‘배달앱 후기(리뷰) 공포증’이다.

업주들에 따르면 악성 후기를 남기는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악의적인 비방이나 욕설을 남기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음식이 맛이 없어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면서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경우도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음식점들의 배달 의존도가 지금처럼 크진 않았기 때문에 안 좋은 내용의 배달 후기가 올라와도 큰 타격은 없었다"며 "지금은 배달 의존도가 가게 매출의 70% 이상이라 악성 후기 하나로도 가게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별점’ 갑질

소비자들의 별점 테러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햄버거가게 업주 이씨는 "리뷰를 잘 써줄테니 콜라를 공짜로 달라거나, 햄버거나 감자튀김 등을 보내달라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다"면서 "더욱 황당했던 건 햄버거에 들어가는 조리법까지 세부적으로 지시하면서 완전 새로운 햄버거를 만들어서 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별점 테러를 받지 않으려면 고객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다 보니 최대한 요청사항을 들어준다"며 "손님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재료가 들어갔다며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었지만, 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손님이 악질적으로 후기를 남기더라도 배달앱 회사 측이 이를 삭제해 주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이민경

이씨 사례처럼 악성 후기가 올라와도 손님인 작성자가 수정해주지 않으면 고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음식점 업주들은 손님들이 공짜 음식 등 서비스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최대한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자장면 두 그릇을 시키면서 군만두를 서비스로 달라는 손님들도 있다"며 "서비스를 안 주면 악성 후기가 올라올까 걱정돼 손해를 보고도 군만두를 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악성 후기가 한번 올라오면 일주일 정도 장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요즘은 코로나보다 손님이 더 무서울 때가 많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죽집을 운영하는 조모(52)씨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 주문을 한 고객의 주문을 취소한 적이 있는데, 고객이 전화가 와서는 ‘내가 거기서 기필코 사 먹고 별점 한 개를 줄 것’이라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뷰 같은 평점 시스템이 음식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갑질을 일삼는 ‘무개념 손님’들로 인해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아현역 인근의 치킨집 사장 유모(38)씨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별점을 1개만 주는 고객들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씨는 "아무 이유 없이 별점 1개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답답할 때가 많다"며 "별점을 낮게 주는 사유가 안 적혀있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닭다리가 한 개만 왔다면서 별점 2개를 남긴 후기.
배달이 아주 빨랐고, 이벤트 서비스를 받았다면서 별점은 두 개만 준 후기.

◇ 감성 호소 나선 업주들… 손 편지 작성 알바 고용까지

리뷰 점수가 매출에 영향을 주면서 업체간 리뷰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손편지는 기본이고, 손해를 떠안으면서까지 서비스를 챙겨주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서울 영등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37)씨는 최근 손편지를 쓰고 배달앱 후기에 댓글을 달아 줄 아르바이트생을 뽑았다고 했다. 배달 주문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리뷰가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사람을 뽑는데 비용이 들긴 하지만 리뷰 점수가 좋으면 매출이 많이 늘고 인건비도 다 회수된다"며 "사소한 것 같지만 손편지가 담긴 음식을 배달한 후부터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도시락 전문업체 사장 최모(43)씨는 밤 11시쯤 귀가해서는 잠들기 전 다음 날 보낼 손편지들을 쓰고 잠에 든다고 말했다.

최씨는 "일주일마다 편지 내용을 바꿔야 하는데다 손으로 쓰니까 피로도가 크지만, 악성 리뷰를 줄이기 위해 하지 않을 수도 노릇"이라며 "혹시나 손님들이 음식을 먹다가 불만이 생겨도 이 편지를 보고 나쁜 리뷰를 안 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분식집 업체가 배달음식과 함께 보낸 편지글.

손님들이 올린 리뷰에 직접 답글을 다는 사장님들도 적지 않다. 한 치킨 배달전문점 사장 오모(47)씨는 "음식을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답글을 달기 위해 고민하는게 너무 힘들다"며 "비슷한 문구의 답변들을 반복해서 달았다가 성의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꼼꼼히 답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좋은 리뷰를 받기 위해 공짜 이벤트를 하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구의 한 피자집 사장은 "올해 초 주문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리뷰를 쓰는 조건으로 일주일간 파스타를 공짜로 함께 제공한 적이 있다"며 "이 기간 중 손해는 컸지만, 별점 5개의 리뷰가 많이 달렸고 배달앱 내에서 순위가 크게 올라 이득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평점이 1단계 올라갈 때마다 매출이 10%이상 올랐다"고 덧붙였다.

◇ 평점 낮으면 권리금도 줄어… ‘후기 조작’도 성행

최근에는 음식점의 권리금을 산정하는 기준에 매출 뿐 아니라 리뷰도 포함되고 있다. 리뷰 순위가 높으면 권리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리뷰 관리를 하지 않았다가는 매출도 줄고, 권리금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업주들은 말한다.

해장국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인터넷을 잘 할줄 몰라서 배달음식 후기를 관리하지 못했는데 리뷰 순위가 바닥권이 됐다"며 "장사가 안돼 식당을 내놓을려고 알아 봤지만 요즘에는 배달앱 리뷰 순위가 낮으면 권리금까지 깎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리뷰 때문에 고민하는 업주들이 늘면서, 음식점 자영업자들에게 리뷰 관리를 해주겠다며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 한 음식점 자영업자는 "한 달 전쯤 한 업체로부터 ‘리뷰를 관리해 주겠다’는 홍보물을 받았다"며 "한 달에 30만원만 내면 대신 리뷰 답글을 달아주겠다 했다"고 말했다.

답글 대신 아예 ‘가짜 리뷰’를 만들어주는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배달앱에 올라오는 리뷰는 실제로 주문을 한 사람이 쓸 수 있지만, 편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치킨집 사장은 "리뷰 조작 업체에서 가게에 주문을 넣은 뒤 허위 리뷰를 써주는 대가로 건당 4000~5000원 정도를 요구한다"며 "리뷰 조작업체가 1만8000원짜리 치킨을 시키고 결제를 하면, 치킨 배달은 해주지 않고 나중에 2만3000원을 업체에 입금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일러스트=조경표

◇ "더 이상 못 참아"... 악성 고객 주문 취소하고 ‘고소’까지

최근에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별점 테러를 당하지 않겠다"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배달앱 측에 악성 리뷰 삭제를 요청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주문을 받은 뒤 악성 고객을 선별해, 아예 주문을 받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 족발집 사장은 "업주들 사이에서 ‘별점 테러’ 상습 고객을 선별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며 "손님의 아이디를 알면 기존에 쓴 리뷰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가게 별점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이들의 주문을 취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리뷰 삭제를 위해 고소를 하는 업주들도 있다. 회사원 최모(43)씨는 "업주가 전화를 걸어 와 리뷰 삭제 요청을 했지만 리뷰도 소비자의 권리라 생각해 이를 거절하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더라"며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부담을 느껴 리뷰를 지워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배달음식 후기는 매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음식점 자영업자들도 고객평가를 의식해 음식 질과 서비스를 개선하게 된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법률전문가들은 의도적인 악성 후기는 법적 책임을 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익성이 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김기윤 변호사는 “단순히 음식에 대한 맛의 평가에 대해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비방의 목적성이 뚜렷하고 표현이 과장되거나 지나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