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년 경기 침체 수준 회복일 뿐
저성장, 초기 방역 실패 국가들과 비교해 자화자찬
방역 성공 국가 대만 언급은 없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앞서 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놀라온 복원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 경제는 코로나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경제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27일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1.6%, 전년동기대비 1.8% 성장했다고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3%중후반대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자화자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OECD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팩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회복세가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말도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각종 전망치와도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앞서 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놀라온 복원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GDP가 2019년 4분기 수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이 놀랍다’고 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다. 한국 경제가 2017년(3.2%) 3%대 성장을 기록한 이후 2018~2019년 장기침체를 겪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2019년 GDP 성장률은 경제위기를 겪지 않은 해 중에서는 가장 낮은 2.0%에 불과했다. GDP가 장기침체 우려를 낳았던 시기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이유로 ‘경제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40% 안팎으로 빠르게 경제 성장에 나선 미국, 영국과 달리 접종률이 낮은 한국은 경제 회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비교 기준 삼는 2019년,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 제기됐던 해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가 1분기 GDP 성장률에 환호하는 이유는 시장의 전망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 앞서 조선비즈가 국내 10개 금융투자회사 소속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비 1.0%로 전망됐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1%초반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이날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1.6%로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그만큼 1분기 경기회복이 강력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이날 ‘2021년 1분기 실질 GDP 속보치 특징 및 평가’ 자료를 배포하고 "위기 직전 수준을 예상보다 한분기 앞당겨 돌파했다. 주요기관 금년 연간 성장 전망치 3%대 중후반을 뒷받침하는 강한 회복세"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정부의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평가’라고 우려한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은 GDP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지며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가 제기됐던 시기다. 2017년 3.2%에서 2018년 2.7%로 후퇴한 GDP 성장률은 2019년들어서는 1분기 1.8%, 2분기 2.1%, 3분기 2.0%, 4분기 2.3%로 침체국면을 맞았다. 2019년 성장률은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12배나 큰 미국(2.3%)보다 성장률이 낮았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저성장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놓았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당시 "국내 경제의 부진한 흐름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저성장 기조로 접근하는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GDP가 2019년 4분기 수준에 이른다는 점을 두고 ‘놀라운 경제복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2019년 GDP 성장률이 2.0%에 그친 것에 대해 경제학계에서는 ‘경기침체의 구조화’라는 평가가 나올만큼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유례없는 저성장을 기록한 2019년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화자찬을 하는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의 발언을 경제주체들은 한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서 1분기 GDP 발표 후 제시한 주요 선진국 GDP 추이.

◇방역실패 OECD 국가와 비교? 대만 등 방역 선진국 언급 없어

문 대통령은 이날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앞서가는 회복세로서, 우리 경제의 놀라운 복원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G20 국가 가운데 8개국만이 올해 위기 이전 GDP 수준 회복이 예상되며, 이 중 선진국은 미국・한국・호주 3개국 뿐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대표적인 저성장국가들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10년간 평균 1%대 성장에 그쳤고, 일본은 0%대 성장이 만성화된 나라다.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아일랜드가 지난해 3.4% 성장하며 회원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노르웨이(-0.8%)도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회복세가 OECD 주요국 중 가장 앞선다’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또 OECD 회원국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확진자 통제에 성과를 낸 한국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방역 성공국인 대만의 경우,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3.1%였다.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뛰어넘기도 했다. 대만은 국경 봉쇄 등 강력한 방역 조치로 사실상 코로나 종식 국가로 손 꼽힌다. 대만은 올해 4.6% 성장이 전망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초기 방역 성공을 자화자찬하다 백신 보급 타이밍을 놓쳐,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백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신 격차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집단면역이 생길 수 있는 시기를 11월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40% 안팎을 기록하며 빠르게 경제 회복에 나선 미국, 영국과 비교해 속도가 한참 늦다.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미국 6.4%, 영국 5.3%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구의 절반이 백신 접종을 했다는 이유로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IMF 전망치보다 높은 7.8%로 내다봤다.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대 중후반보다 한참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회원국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공개된 31개국의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전망) 상승치와 백신 접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률이 1%포인트(P)씩 올라가면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0.021%P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