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자율차 핵심으로 떠오른 이미지센서
초소형 픽셀, 더 많이 넣는 기술 경쟁 치열
SK하이닉스, 0.7㎛ 픽셀 연내 출시 목표
삼성전자 세계 최초 0.7㎛ 이어 0.6㎛ 개발 중
세계 1위 소니, 0.8㎛에 머물며 입지 흔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선보인 1.0㎛ 이미지센서 ‘블랙펄’.

SK하이닉스가 올해 안으로 픽셀(화상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크기를 0.7㎛(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로 줄인 이미지센서를 개발해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일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0.7㎛ 픽셀 이미지센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가로×세로 픽셀 크기가 0.7㎛인 6400만 화소 제품을 개발해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느 공장에서 만들 예정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SK하이닉스는 300㎜(12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경기 이천시 M10 공장과 200㎜(8인치) 웨이퍼 공정인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시스템IC 공장 등에서 이미지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이미지센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1.0㎛ 픽셀, 20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내놨고, 작년에는 0.8㎛·4800만 화소 제품을 소개했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의향을 밝힌 것도 이미지센서 양산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미지센서는 전자기기에서 사람이 본 이미지(영상)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 ‘전자기기의 눈’으로 불린다. 최근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로봇, 의료, 보안, 스마트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다. 시장조사업체 TSR는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를 지난해 179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24년 248억달러(약 28조원)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같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화소(픽셀)를 구현해내는 지가 기술 관건이다. 다만 픽셀 크기는 무작정 줄일 수 없는데, 픽셀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빛을 받아들이는 면적이 줄어 이미지 품질이 낮아져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초소형 픽셀을 기술력의 척도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픽셀 크기는 전체 카메라 모듈의 크기까지 결정한다. 픽셀 크기를 줄이면 스마트폰 후면에 툭 튀어나오는 렌즈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 또 작은 픽셀로 고화질을 구현하면 기존보다 전력 소모량이 줄어들어 에너지 관리에도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7㎛ 픽셀 최초의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M2’를 소개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간 회사는 삼성전자다. 지난 2019년 9월 0.7㎛ 픽셀, 4370만 화소를 구현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슬림 GH1’를 내놨고, 1년 뒤인 지난해 10월에는 1억800만 화소를 0.7㎛ 픽셀에 구현한 ‘아이소셀 HM2’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외에 현재 이 크기로 이미지센서를 만들고 있는 회사는 없다. 업계 1위 일본 소니도 0.8㎛, 6400만 화소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0.6㎛ 픽셀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가 소형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앞서가고, SK하이닉스가 이를 빠르게 따라잡는 구도는 기본적으로 두 회사가 미세공정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 2위 기업으로 미세공정 기술을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 적용해 오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분야에서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미세공정 양산에 이어 3㎚ 공정도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10㎚급 4세대(1a) D램의 기술 개발을 마쳤다. 현재 5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일본 소니가 46%로 글로벌 1위다. 자체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니는 비행거리 측정센서(ToF) 분야를 거의 독점해 오고 있었다. ToF는 대상을 입체화(3D)하는 센싱 기술로, 동영상 기능을 높이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에 활용된다. 또 자율주행차의 필수 기술로 꼽히는 라이다(LiDAR) 센서에도 적용된다. 소니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애플 스마트폰 등에 이미지센서를 납품하고 있다.

소니를 추격 중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ToF 센서를 내놨고, SK하이닉스 역시 ToF 센서를 개발 중이다. 더욱이 소니의 경우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받으면서 지난해 된서리를 맞았다. 실제 소니와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 차이는 2018년 58%포인트, 2019년 31%포인트에서 지난해 1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애플이 차세대 스마트폰에 잠망경과 같은 형태의 폴디드줌(광학줌) 카메라를 선택한다고 알려지면서 소니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는 중이다. 이 기술은 현시점에서 삼성전기만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이미지센서를 채택한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을 갤럭시S21 등에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기술력을 높여가는 만큼 소니를 따라잡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도 관련 투자를 늘려가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향후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