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지식재산권 풀라는 주장에 美 제약사들 반발

미국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허권을 포기하면 중국, 러시아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화이자, 모더나 등이 사용한 mRNA 기술은 이들 제약사가 새로 개발한 기술로,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희귀 혈전증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J&J), 노바백스 등 제약사들이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및 백악관 관료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한 업체 관계자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과 관련 지식재산권을 풀어야 한다는 각국의 지적에 적극 동조한 것을 두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타이 대표는 앞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의료 격차는 과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위기에서도 발생했다. 이처럼 용납할 수 없는 일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 정치 지도자, 국제기구 뿐 아니라 산업계도 위기의 시대에 큰 용기와 희생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 .

미국 제약업계 대표들을 포함한 경제단체들은 특허권 효력 중단 제안에 대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미 상공회의소는 타이 대표의 발언이 나온 직후 △지난 1년 동안 여러 백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생산략이 크게 늘었으며 △이미 생산과 유통을 위해 마련돼 있는 260여건의 파트너십 협정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미 제약협회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백신은 복잡한 생물학적 제품"이라며 "보호장치(특허) 제거가 생산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 기술이 "극적인 효과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대쪽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빈곤국을 돕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제약사들이 독점권을 보호함으로써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낸 데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등 상·하원의원들과 함께 대통령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