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려진 靑·국회 영입 인사만 10명 넘어
배민, 1년 새 3명 영입…컬리·당근마켓도 구인
국회·정부發 '플랫폼 사업자 규제 강화'에 대응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이 국회 보좌진 영입에 나서며 대관 업무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 느슨한 소비자 보호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쿠팡, 배달의민족(배민), 마켓컬리,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정부의 규제 강화를 앞두고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6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정한모 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전경수 전 보좌관을 영입했다. 두 사람 모두 여야 정책통 의원실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전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전 전 보좌관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정책위부의장, 정무위원회 간사였던 김종석 전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쿠팡은 작년부터 청와대와 국회 출신 인사 영입에 광폭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 보좌관 출신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대관 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강한승 대표를 선임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근무한 비서관을 비롯해 5명을 입사시키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청와대·국회 출신 인사만 10명이 넘는다.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최근 1년 새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를 3명 연달아 영입했다. 민주당 정태호 의원, 신창현 의원 보좌관을 지낸 2명과 미래한국당 김기선 의원 보좌관 출신 1명이 대관 업무 담당으로 입사했다. 마켓컬리와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도 국회 보좌관 출신 인사 영입에 한창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보좌진이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한다고 하면 대부분 쿠팡이었다"며 "올해 초부터 배민, 마켓컬리와 당근마켓이 적극적으로 국회 보좌관을 대관 업무 담당자로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대관 담당자 영입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정부와 국회의 집중 규제 타깃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5% 급증해 13조원을 넘었고 배민과 마켓컬리는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당근마켓은 연간 거래액이 2017년 500억원에서 작년 1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금지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3월에는 같은 사업자들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전상법)을 입법예고했고 이르면 6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두 법안 모두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네이버, 쿠팡, 배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주 타깃이다.

이 법안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로비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플법은 정부안(案)에 기업들이 입점업체와 계약할 때 필수로 기재해야 하는 사항이 상당수 빠졌다. △온라인 플랫폼이 받는 수수료의 부과기준과 절차 △판매대금 정산방식, 지급 절차·시기 등 입점상인이 민감하게 여기는 항목이 입법예고 때는 있었으나 국회 제출 과정에서 빠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수료가 어떤 기준으로 부과되는지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법이 통과된 이후의 계약서는 각종 비용이 뭉뚱그려 담겨 있는 지금의 계약서와 다를 바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수수료 부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법안에 담길 경우 사업 재량권이 대폭 축소되고 수익성이 악화된다.

전상법 개정안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쿠팡, 중고나라, 당근마켓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판매자 신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한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개업자란 이유로 피해 구제 책임을 면제 받았던 기업들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취지이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의 경우 개인 간의 간편한 거래 방식으로 급성장한 만큼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