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화면=한국 기업' 공식 깨져
LG디스플레이, 대만과 납품가 경쟁에 부담
中 이어 대만도 LCD 시장서 韓 밀어내는 시도
삼성·LG, 중소형 OLED로 승부수

애플의 12.9인치 신형 아이패드 프로.

애플이 대표 태블릿PC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대만산 미니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항상 애플 신제품에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가장 먼저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애초 아이패드 프로에는 대만 미니LED, 모듈과 함께 LG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애플은 동등한 품질에 가격까지 저렴한 대만산 패널을 선택했다. LCD 시장에서 중국에 이어 대만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한국 디스플레이를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2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 아이패드 프로의 미니LED는 대만 에피스타에서 공급하고, 디스플레이 칩 실장(회로에 칩을 부착하는 공정)과 모듈은 TSMT가 담당한다. 미니LED·모듈과 붙는 LCD 패널은 대만의 디스플레이 업체 AOU가 맡는다.

미니LED는 정보기술(IT) 기기 디스플레이로 주로 채택되는 LCD의 한 종류로, LCD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불린다. 패널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 유닛(BLU)에 기존 소자보다 크기를 10분의 1 이하로 줄인 LED를 채택, 광(光) 소자 숫자를 늘린 덕분에 색 재현성과 표현력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 그러면서도 OLED 패널에 비해 제조 원가가 저렴하고, 번인(잔상) 우려가 적다. 최근 IT 기기 채택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이 붙은 12.9인치 신형 아이패드 프로의 화면에는 BLU에 1만개 이상의 미니LED가 들어갔다. 이를 통해 최대 1000니트(1니트=1㎡에 촛불 1개를 켜놓은 밝기)의 전체화면밝기, 최대 1600니트의 최대 밝기를 낸다. 명암비는 100만대 1이다. 애플이 미니LED를 적용한 것은 아이패드를 포함, 전 제품 최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애플 아이폰12의 디스플레이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애플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비중을 더 높일 계획이다. 사진은 애플 아이폰12.

애플은 지금까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 등 화면이 들어가는 기기에는 삼성과 LG 등 주로 한국 기업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는 대만 업체의 것을 사용해 삼성과 LG로서는 자존심을 구겼다. 전체 태블릿 판매에서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초기 출하량도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전 세계 공급망에 대만이 한국을 제쳤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LCD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한국 기업의 입지가 계속해 줄고 있다. 특히 TV용 대형 패널의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해 사업 철수를 예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 기업도 미니LED 등 LCD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한국 기업과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대만 업체와 한국 기업이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다만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라인업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내년 출시할 기기부터 삼성과 LG가 개발한 OLED 패널 적용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해당 OLED는 변형이 자유로운 플렉시블과 형태가 고정된 리지드 OLED를 섞은 하이브리드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부터 먼저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는 2023년부터 공급망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13(가칭)의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기존 60㎐에서 120㎐로 끌어 올리기 위해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OLED를 채용할 예정이다. 이 패널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만 양산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삼성과 LG가 각각 애플에 중소형 OLED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해당 생산라인 추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비리서치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리지드 OLED 물량 증가와 노트북용 OLED 패널 생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LG디스플레이도 전용 라인의 신규 구축을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PC 글로벌 출하량은 1억8330만대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증가한 비대면 수업 등의 영향으로 관련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태블릿PC 시장점유율은 애플이 5880만대(37%)로 1위, 삼성전자가 3100만대(19%)로 2위에 올라있다. 이어 화웨이(10%), 아마존(10%), 레노버(9%)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