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장 후 15% 하락…같은 기간 美 증시는 상승
JP모건·도이체·미즈호 등 '중립' 의견 제시
美 투자전문매체 '주가 고평가' 기고 잇따라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며 화려하게 데뷔한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 주가가 이달 들어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40달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금액이 1000억원을 넘은 가운데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 고평가 논쟁이 불붙었다.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이 4월 들어 15% 하락했다.

쿠팡은 21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전날보다 1.50% 내린 41.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상장 첫날 49.25달러를 기록한 뒤 50달러를 넘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서만 15% 내렸다.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상장 첫날 886억5000만달러(100조4000억원)에서 720억달러(80조30000억원)로 줄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4~5%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마존 주가도 8% 올랐다.

특별한 악재 없이 주가가 하락하자 쿠팡 주식을 순매수한 서학개미들은 덩달아 잠 못 이루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11일~4월 20일 국내 투자자들은 쿠팡 주식을 9947만6906달러(1054억원) 순매수 했다. 결제금액 기준으로 미국 주식 가운데 △테슬라 △애플 △TSMC 등에 이어 6번째로 많다.

상장 초반엔 쿠팡이란 기업을 공개적으로 분석하는 증권사나 전문 투자자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주가가 40~50달러로 고착된 이후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업종인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점 △작년 매출이 91% 증가했고 한국 시장점유율 상위업체라는 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투자했다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기업의 성장성 대비 고평가 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 7일 쿠팡에 대한 목표주가를 48달러로 제시하면서 '중립(Neutral)' 의견을 냈다. 당시 45~46달러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약간 높은 수준의 주가가 적정하다고 본 것이다. 이 회사의 스탠리 양 애널리스트는 "쿠팡은 한국 유통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밸류에이션(회사의 체력 대비 주가)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나온 날 쿠팡 주가는 2.66% 내렸다.

주요 투자은행 중에선 골드만삭스가 목표주가를 62달러로 제시하고 '매수(buy)' 의견을 내 가장 우호적이다. 반면 일본 미즈호증권은 50달러에 중립 의견을, 독일 도이체방크도 46달러에 중립 의견을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seeking alpha), 인베스터플레이스(investorplace)에도 쿠팡에 대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기고가들이 늘고 있다. 크리스 맥도널드 인베스터플레이스 기고가(분석가)는 19일 "쿠팡은 매출 대비 주가가 6.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기업규모가 크고 사업모델이 성숙된 알리바바(6.1배)와 아마존(4.4배)보다 높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가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미국 상장 때 주목 받은 '매출 성장률 90%'과 같은 획기적인 수치를 투자자들에게 또 한번 보여줄 수 없다면 이익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금의 사업모델로는 흑자 전환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쿠팡은 아마존과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AWS)처럼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수익원이 없기 때문에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중단기적으로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쿠팡이 이르면 내년 흑자전환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쿠팡의 수수료 수익이 꾸준히 늘고 택배 물량 증가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적자를 줄여가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이라고 봤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630억원, 219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