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들어오셨죠? 그럼 출석 체크할게요."

오전 9시, 시간 맞춰 들어간 ‘줌(화상회의 플랫폼)’에는 6명의 스터디원이 입장했다. 스터디장은 스터디원이 모두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노트북에 띄워진 화상회의 화면에는 펼쳐진 책과 필기구가 보이지만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스터디가 진행되는 3시간 30분동안 화면 속에선 넘어가는 책장과 공부하는 소리만 들린다.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로 진행되는 '비대면 스터디'다.

비대면 스터디에 1개월간 참여한 대학생 최모(27)씨는 "일반 오프라인 스터디와 진행 방식은 동일하다"며 "출석하지 않거나 지각하면 벌금을 2만원정도 내고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다"고 귀띔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20대 사이에서 화상채팅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스터디’가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비대면 스터디’를 활용하는 2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이화여대.

올해도 대학들은 비대면 강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경희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번 1학기도 비대면 수업 위주로 진행하되 일부 실기·실습 과목 등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대는 만나지 않고서도 같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화상채팅 플랫폼 ‘줌’, ‘구글 미츠’ 등으로 ‘비대면 스터디’를 할 사람을 구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녁 7~10시 줌스터디 모집합니다’ ‘시험 공부도 괜찮고 자격증 공부도 괜찮다. 혼자 공부를 하니 계속 딴 짓을 하게 된다’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한 비대면 스터디를 찾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화상회의 플랫폼 이용자 숫자도 크게 늘어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사용하는 이용자 숫자(안드로이드와 iOS 합계)는 올해 3월 1일 기준 995만6825명에 육박한다.

20대 사이에서 비대면 스터디는 이미 익숙한 얘기다. 취업준비생인 오윤서(24)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스터디룸을 빌려서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면 스터디를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오씨는 비대면 스터디가 편리하고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오씨는 "집에서도 바로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다보니 옷을 차려입지도, 화장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경기도권에 거주 중인데 예전에 오프라인 스터디를 할 때는 서울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었어야 했다. 시간이 절약돼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진행된다. 대학 방송국에서 활동 중인 엄정호(21)씨는 "원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동아리 정규 출석이 있었는데 1월부터 모두 줌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그 전날 미리 누가 동아리실을 찾는지 목적과 인원 수, 시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내기 빠듯한 20대 직장인들도 비대면 스터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최모(28)씨는 2~3주에 한 번 같은 업계 동료 6명과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최씨는 "원래 대면 스터디로 진행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줌 스터디로 전환하게 됐다"며 "대면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줌으로 원활한 토론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인턴으로 재직 중인 선우 송(24)씨는 현재 4개월째 비대면 영어 회화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선우씨는 "참여하는 세 명 모두가 회사를 다니고 있고 집이 멀어 만나서 하는 스터디는 어려울 것 같았다"며 "회화 스터디는 음성 전화를 여러 명이 하는 느낌이라 불편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과 편리함이 비대면 스터디의 장점으로 꼽히지만 실제로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도 많다.

신촌 소재의 대학을 다니는 도모(27)씨는 얼마 전까지 리트(로스쿨 입학 시험) 기출을 같이 푸는 비대면 스터디에 참가했다. 최씨는 "주로 줌을 틀어두고 같이 실전처럼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스터디만큼의 몰입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도씨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카톡방에서 풀이도 했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스터디가 나았다"며 "시험 푸는 긴장감도 못하고, 스터디원들끼리 서로 이름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오씨는 "얼굴을 보지 않고 하다 보니 스터디를 하더라도 서로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며 "사기가 저하되는 면은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리 활동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엄씨는 "줌 회의의 경우 화면 공유가 돼 회의 자체는 오히려 대면 때보다 편리하지만 캠을 켜는 것을 강제하지 않아 회의 참여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도 이런 비대면 활동은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와도 비대면 활동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며 "코로나19는 20대와 Z세대에게 디지털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 학생들이 줌을 활용한 스터디와 강의 등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며 "다만 토론 등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경우는 불편함을 겪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