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하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해 독일 브레멘과 라슈타트에 위치한 공장 2곳에서 23일부터 1주일 간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 브레멘에 있는 다임러 공장의 조업 모습.

로이터에 따르면 다임러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향후 추이를 살펴보며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부족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기도 힘든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임러 측은 생산 중단과 함께 최대 1만 8500명의 직원의 근무시간도 단축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중단 및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지역에서 최소 6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도요타자동차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도 이날 반도체 부족으로 북미 공장 5곳의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는 미국 시카고·디트로이트·캔자스시티 공장이 다음 달 14일까지 3주 더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드는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도 다음 달 1주일 더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밖에 유럽 내 일부 공장에 대해서도 가동 중단 및 생산 일정 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포드는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기 모델인 익스플로러 SUV와 트랜짓 밴 생산량이 줄었다"며 "픽업트럭인 F-150의 생산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중트럭 공장에서는 다음 달 중순까지 일부 모델만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심화됐다. 자동차 수요 감소로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는 대신 스마트폰·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 회복과 함께 신차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최근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일부 공장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에 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공급망 변화로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을 크게 늘린 것이 반도체 품귀 현상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기업들의 사재기가 품귀현상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