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이적표현물’로 규정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다. 과거 북한에서 출간된 원전을 그대로 옮겼다.

21일 출판계 등에 따르면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은 지난 1일 김일성을 저자로 한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라는 이름의 책을 출간했다. 800여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 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책을 판매 중이다. 정가는 8권 세트 28만원이다.

22일 ‘세기와 더불어’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모습.

민족사랑방은 지난해 11월 출판사로 등록됐다.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승균 씨가 대표다. 김씨는 북한 관련 무역 등을 하는 중소기업인 남북교역 주식회사 대표이기도 하다.

출판사 측은 "‘세기와 더불어’는 세계 여러 나라말로 번역 출판된 책"이라며 "1920년대 말부터 1945년 해방의 그 날까지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싸워온 투쟁기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출판이 민족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남북화해의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며 "판매 수익금은 통일운동 기금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는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한 행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대법원이 "원심이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고 판단한 것도 대표적인 근거다.

아울러 '세기와 더불어'가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심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 기준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전복 활동을 고무 또는 선동하여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으로 "보편타당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민족사적 정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에 해당하면 유해 간행물로 판단한다. 심의 결과 유해 간행물로 결정되면 수거, 폐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