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제한·금지령’을 시행하면서 국내 화학 기업들이 개발한 생분해 플라스틱(잘 썩는 플라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2023년까지 최대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화학기업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 초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면봉, 발포 플라스틱 식기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다. 4대 직할시, 27개 성·자치구의 성도(성 정부 소재지) 등 우선 시행 도시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백화점, 쇼핑몰, 슈퍼, 마트, 약국, 서점 등 영업장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쇼핑백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은 2026년까지 이 규제를 전국에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중국의 플라스틱 소비량은 전 세계 플라스틱 소비량의 약 20%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하루에 약 30억개의 비닐봉지가 사용되며, 2019년 비닐봉지 사용량은 400만t(톤)에 달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의 플라스틱 사용량 가운데 30%를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2023년까지 시장 규모가 375억~703억위안(약 6조4000억~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C와 CJ제일제당이 개발한 신규 생분해 포장재를 적용한 CJ제일제당의 행복한콩 두부제품.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개발해 제품을 출시했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 가장 앞선 기업은 SK(034730)다. SKC(011790)는 국내 기업 중 가장 선도적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에 진출했다. SKC는 폴리락틱액시드(PLA) 필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최근 식품업계와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PLA는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PLA 필름은 땅에 묻으면 완전히 생분해되고 유해성분도 남지 않는다. SKC는 최근 CJ제일제당(097950)과 협력해 각사의 친환경 소재의 장점을 극대화한 신규 친환경 생분해 포장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강도가 우수한 PLA에 폴리히드록시 알카노에이트(PHA)를 더해 강하면서 유연한 투명 포장재를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 SK종합화학도 200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기술개발을 진행해왔다. SK종합화학은 오는 3분기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와 공동 개발한 고품질 PBAT 제품을 정식 출시하기로 했다. PBAT는 석유 기반 생분해 플라스틱(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으로 땅에 매립했을 때 6개월 이내 90% 이상 또는 45일 이내 60% 이상이 자연분해 된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 ‘차이나플라스 2021’의 LG화학 부스. LG화학은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중국 고객을 유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PBAT제품 생분해성 인증과 국내외 특허출원, 시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SK종합화학으로부터 제품 원료를 공급받아 PBAT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최적의 온도, 소재 혼합 비율 등 SK종합화학 노하우를 더해 고품질 PBAT제품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SK케미칼(285130)도 PLA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최근 필름으로 성형해 사용시 잘 찢어지지 않는 고유연 PAL을 개발했다. 회사는 2012년에 이미 PLA 개발에 성공했으나 당시 친환경 제품 수요가 적어 상품화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기술력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의미다.

LG화학(051910)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합성 수지와 동등한 수준의 기계적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하는 옥수수 성분의 생분해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다른 소재나 첨가제를 섞지 않아도 기존 플라스틱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LG화학은 이 소재 개발로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국내외 생분해 플라스틱 관련 특허를 25건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저귀, IT·가전제품, 자동차 소재 등에 사용되는 9종의 제품에 대한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and Carbon Certification) 플러스 인증을 획득했다. ISCC 플러스 인증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지침(Renewable Energy Directives)에 부합하는 국제인증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개선을 이루고 원가 절감을 진행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며 "중국에도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업체가 있기 때문에 원료를 공급하는 것도 좋은 공략법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