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은 20년간 구축된 DB 및 운영 노하우…약점은 느린 배송
제트닷컴 인수한 월마트처럼…오프라인 유통과 만나 시너지 낼 것
5兆 몸값 관건…"전략 갖고 인수해야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어"

"이번이 ‘빅3’가 될 마지막 기회다."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 적격인수자후보(숏리스트)에 롯데, 신세계, SK텔레콤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이 오르면서 인수전 향방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18.6%), 쿠팡(13.7%), 이베이코리아(12.4%), 11번가(6.2%) 순이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뉴욕증시 상장으로 실탄 5조원을 장착한 쿠팡이 공격적으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원매자들은 5조원에 가까운 예비 입찰가를 써내며 시장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①쿠팡·컬리와 다르다...이베이의 경쟁력은?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은 20여 년간 쌓아온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DB), 기술력 등이 꼽힌다. 인수만 하면 1450만명의 고객(스마일페이 회원수)과 30만명의 판매자, 2억개의 상품군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누적된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는 큐레이션(선별)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를 활용한 대규모 할인행사인 '빅스마일데이'의 경우 2017년부터 6회 동안 약 1억8728만개의 제품을 팔았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는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고객 자산을 갖췄다. 이런 지위는 쉽사리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인수자 입장에서도 오픈마켓은 위험도가 낮고 다른 사업으로 확장성이 있기에 매력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16년째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정체된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쿠팡, 네이버쇼핑, SSG닷컴 등의 매출이 30% 넘게 성장했지만,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출 신장률은 37%였다. 쿠팡, 마켓컬리 등이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물류·배송 전략을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의 가장 큰 약점은 배송으로 이는 오픈마켓으로서 구조적인 한계"라고 지적했다.

②어떤 기업과 시너지 낼까?
이베이코리아는 어떤 기업과 궁합이 잘 맞을까?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두 회사 모두 공산품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고객의 70~80%가 중복돼 기대만큼의 협력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지만, 투자 관점에서 인수 시 사업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와 결합하면 각자 가진 역량이 달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을 인수한 후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것이 좋은 선례다. 당시 월마트는 아마존 출신으로 제트닷컴 창업자인 마크 로어에게 이커머스 사업부를 맡기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대형 유통사들이 줄줄이 파산한 가운데에도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여전히 식료품에서는 월마트가 아마존을 앞선다.

그래픽=정다운

신세계(004170)롯데쇼핑(023530)은 각각 자체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과 롯데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SSG닷컴이 2%(약 3조9000억원), 롯데온이 4%(약 7조6000억)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런 만큼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유통 대기업으로서 자존심을 단숨에 회복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이커머스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최근 몇 달간 네이버와 지분 교환, SSG닷컴의 오픈마켓 도입, W컨셉 인수를 추진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강희석 대표가 "인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할 만큼 의욕을 보이고 있다.

롯데 역시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중고 온라인 쇼핑몰인 중고나라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특히 나 대표 영입의 경우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후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서, 유력한 원매자로 꼽는 시각도 있다.

③몸값 5조원은 적정한가?
관건은 5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이다.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후 이커머스 기업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5조원이라는 몸값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빅3에 오를 것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인가”...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그룹장(유통소비재 산업 리더)은 "단순히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가 비싸다는 말에 동조할 수 없다. 어떤 회사가 시너지를 내느냐 따라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며 "미래 전략에 필요하다면 10조원이라도 주고 사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전략이 없는 인수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 후에도 네이버, 쿠팡 등 강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하더라도 기존 사업과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옥션(2001년)과 지마켓(2009년)을 인수한 이베이코리아는 플랫폼을 통합하지 못하고 별도로 운영했다. 제트닷컴을 33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3조6000억원)에 인수한 월마트도 월마트닷컴에 투자를 집중한 사이, 점유율이 하락한 제트닷컴의 운영을 4년 만에 중단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도 나온다.

정연승 회장은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현재 한국에 이만한 매물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인수 기업의 역량과 전략 활용에 따라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가치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