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1개의 BMW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천 명의 엔지니어·개발자·관리자들은 앞으로 하나의 가상(디지털)공장에서 실시간으로 협업하면서 복잡한 제조 시스템을 설계·계획·엔지니어링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됐다. BMW그룹이 엔비디아가 개발한 실시간 3D 협업 그래픽·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도입하기로 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BMW는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새로운 모델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가상공장에서 먼저 생산 공정을 점검하면서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공장 전체에 이른바 ‘디지털 트윈(twin)’ 기술을 적용하는 것인데 도시나 공장, 건물, 제품을 디지털로 똑같이 본뜬 디지털 트윈은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복잡한 공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활용하는 기술이다.

컴퓨터를 통해 구현한 BMW 가상공장 모습.

실제 설계안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택트타임(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사이클타임(원자재 투입부터 제품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 리드타임(주문 접수 후 소비자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산출하고, 불량률도 계산해낼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인력과 로봇을 어느 공정에 배치할 때 생산성이 가장 높아지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밀라노 네델코비치 BMW그룹 생산담당 임원은 "옴니버스를 통해 생산 인력과 로봇, 조립 부품을 포함한 전체 공장의 모든 요소를 시뮬레이션해 계획 시간을 단축하고 유연성과 정밀도를 개선해 최종적으로 효율성을 30% 개선할 수 있다"며 "옴니버스는 협업 플랫폼의 표준을 정립하는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상당수가 이미 가상공장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동안에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옴니버스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취합해 공동 시뮬레이션을 생성한다.

글로벌 차 업계의 생산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제품과 생산 공정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생산 효율성과 제품 품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글로벌 업체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확장현실(XR) 기술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있어 앞으로는 BMW그룹과 같이 전체 공정에 가상공장 도입이 확장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가상(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이미지.

이미 많은 업체가 가상 3D 시스템을 통해 모든 데이터를 실물 크기로 보여주는 '컴퓨터자동가상환경(CAVE)'을 활용하고 있다. BMW뿐 아니라 폭스바겐과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다임러, 포드, 현대차(005380)등 글로벌 업체들은 가상공간에서 부품을 조립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현실에서 문제점을 미리 파악한다.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모델의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거나 차량 정비를 하기도 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업자의 동선을 줄이거나 부품 조립 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는데, 시뮬레이션 범위가 생산 과정 전반으로 확대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차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은 업체들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