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경제단체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조직을 신설하면서 재계에서는 이들 경제단체들이 서로 상이한 목소리를 낼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사와 계열사가 서로 다른 경제단체에 가입한 경우가 많은데 단체별로 다른 ESG 개념을 정립하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소통에 있어서도 혼선이 있을 수 있어 재계를 대표하는 ESG 관련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요 대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ESG경영위원회를 이달말 신설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는 20여명 수준으로 구성되며 국내 10대 그룹의 계열사들 대표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위원회를 통해 ESG 개념을 정립하고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회원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제1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4일 'K-ESG 얼라이언스'를 발족하고 김윤 삼양홀딩스(000070)회장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K-ESG 얼라이언스는 국내에선 ESG 관련 정보를 회원사와 공유하고, 글로벌 차원에선 콘퍼런스,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할 방침이다. 얼라이언스는 곧 위원 구성 절차를 거쳐 다음달부터 분기별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기업문화팀을 ESG경영팀으로 개편하고 ESG경영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법인 화우와 공동으로 제1차 ESG경영 포럼을 열었다. 대한상의는 포럼을 통해 ESG 개념을 정립하고 기업이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다.

각 경제단체별로 ESG 조직이 생기면서 재계는 벌써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단체가 ESG 조직에 대기업의 참석을 원하고 있는데, 중복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 경제단체는 조직이 완전히 구성되기 전부터 삼성, 현대차(005380), SK(034730), LG(003550)등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들 경제단체들이 출범한 조직들은 ESG 개념 정립, 해외 선진 사례 공유, 국내 기업 대응 방안 마련 등 역할도 대동소이하다. 재계에서는 단체별로 서로 다른 ESG 개념을 들고 나올 경우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기업 간 ESG 경영에 대한 협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각 단체별로 조직이 생기다 보니 소통 창구의 중복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고충을 겪는 건 통일된 ESG 개념이 없다는 것인데, 단체들이 제시한 개념에 아주 조금의 차이만 있어도 현장에선 혼란을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함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개념 정립과 평가 방식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단체가 각개로 나설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