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앞두고 동결된 전기요금, 하반기 대선국면엔 인상될까
국제유가 치솟는데 인플레 우려에 공공요금 억누르는 정부
전문가들 "원재료 상승요인 무시한 물가 통제 지속성 없어"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근 제기된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기요금 통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도입된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유가 등 원재료 상승분이 가격에 반영되어야 하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을 경계하며 공공요금을 억누르는 태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폭탄 돌리기’가 지속될 경우 물가가 더 튀어오르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언젠가는 올릴 수밖에 없는 요금을 정무적 판단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억누르면 반작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제에 실패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회복하는 경제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전은 지난달 22일 물가상승 요인 등을 고려해 2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달 22일 한전은 2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했다. 당초 올 2분기 전기요금은 7년여 만에 처음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인상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제동으로 결국 인상은 유보됐다. 실상은 보궐선거를 앞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기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재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당장 오는 3~4분기부터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 후반 수준이었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60달러대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여기에 탈원전·탈석탄으로 대변되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비용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어 ‘공공요금 억누르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오르며 1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경기회복 기대감 등 상방요인의 작용으로 2분기 물가가 튀어오를 수 있다고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전기요금에 이어 가스요금도 인상폭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정책을 담당하는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 7일 전기·가스요금과 관련해 "소비자 물가 동향, 국민경제 부담 가중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합리적 수준에서 요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협의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지방공공요금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단계적 인상, 인상시기 분산 등을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 하반기에도 정부의 물가 통제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 등 큰 이벤트를 앞두고 정권이 민심확보를 위해 ‘공공요금 억누르기’라는 폭탄 돌리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기재부는 3분기 전기요금 결정에 대해서는 아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판단의 근거가 되는 연료비 추계 완료 시점이 오는 6월이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유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연료비 하락에 따른 유보분이 남아있어 동결 결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기재부 측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연료비 인하에 따라 전기요금이 10원 떨어져야했지만, 조정폭이 위아래로 3원까지여서 그에 대한 유보분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2분기 전기요금 동결 역시 유보분을 활용했다"며 "아직 방향이 결정된 것이 없지만, 3분기 전기요금은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인위적으로 누른 물가로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상시 요인’이 아닌 추세가 된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물가를 억누르기만 하면 그 부담을 뒤로 넘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공공요금을 억눌러 생긴 공기업 적자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도한 공공요금 억누르기는 경제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자원의 희소성에 따라 가격 기능이 작용해야하는데 이를 막아 시장 기능을 망가뜨릴수 있어 신중해야한다"며 "원재료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면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이미 추세가 된 상황에서 요금 억누르기는 언제까지나 가능한 카드가 아니다. 부담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