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토스는 선불금 100% 외부에 맡겨야…스벅은 예외
무이자로 1800억 당겨받아 빚 갚고 예금…사회 기여는 감소
금융권·회계 전문가 "스타벅스는 대형 핀테크 회사"
금융당국 "스벅 충전금, 스벅에서만 쓸 수 있어 전자지급수단 아냐"

한국 소비자들이 지난해 스타벅스 카드에 미리 충전한 돈이 2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주요 핀테크 기업인 토스와 네이버페이의 예치 잔액(선불충전금)을 넘어섰다. 핀테크 기업은 고객이 맡긴 돈을 100% 외부기관에 맡겨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반면 스타벅스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도, 대출을 갚아도 된다. 규제 공백으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누리면서도 사회적 기여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기준 고객들이 스타벅스 카드에 미리 충전한 돈, 즉 ‘선불충전금’이 1800억원으로 불과 2년새 두배로 껑충 뛰었다. 카카오페이보다는 적지만 토스와 네이버페이보다 많다.

19일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선수금은 작년 기준 1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선수금 대부분은 고객이 스타벅스 카드에 미리 충전한 돈(선불충전금)이다. 2009년 국내에 선불카드를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선수금은 21억원에 불과했지만 10여년 사이 무려 90배 늘었다. 2014년 사이렌오더(선불로 돈을 충전해놓고, 원하는 음료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스타벅스의 선수금은 지금은 토스(1158억원, 작년 말 기준)와 네이버페이(576억원)보다 많은 수준이지만 이런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선불충전금이 가장 많은 카카오페이(3000억원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과 회계 전문가들은 이 선불충전금 때문에 스타벅스코리아를 일종의 대형 핀테크 회사로 본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언젠가 찾아갈 돈이라는 점에서 예금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은행과 달리 운용상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회계법인 마일스톤의 양제경 대표(회계사)는 "스타벅스코리아가 2017년부터 기말 차입금이 없는데 선수금이 급증한 시점과 맞물린다"며 "스타벅스처럼 선수금을 잘 활용하는 회사는 보기 드물다. 무이자로 돈을 당겨 받아 경영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같은 선불충전금 제도를 운영하는 온라인 기반 회사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작년 9월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공표해 행정 지도 하고 있다. 이용자 예금 보호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강력한 관리감독을 받는 은행과 달리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페이 등의 핀테크 사업자들은 규제 밖에 있었다. 회사가 망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송금 기능을 갖춘 기업들은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 기관에 100%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송금 기능이 없는 기업들도 최소 50% 이상 맡겨야 한다.

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선불충전금을 100% 내부 운용 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상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은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금법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제3자로부터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는 재화, 용역의 범위가 2개 이상 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타벅스 충전금을 스타벅스 밖에서, 커피 전문점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 쓰지 못하기 때문에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덕분에 스타벅스코리아는 카카오페이나 토스와 달리 외부 신탁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선불충전금 운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당국은 다른 선불업자들에게는 매 영업일 선불충전금 총액과 신탁금 등 실제 운용 중인 자금의 상호 일치 여부를 점검하고 매 분기말 선불충전금 규모와 신탁 내역, 지급보증보험 가입여부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선불충전금은 100% 환불 규정을 두고 있고, 선제적으로 보호를 위해 전자상거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이 돈은 매장 재투자, 인건비 및 임차료 지급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당장 쓰지 않는 돈은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스타벅스코리아가 규제 공백 덕분에 고객의 선불충전금으로 막대한 혜택을 누리면서도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이 회사는 지난해 현금, 현물 기부를 비롯한 사회에 대한 기여금으로 34억원을 지출했는데 2019년(37억원)보다 감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장 운영이 어려워져 영업이익이 6% 감소했지만 지분 50%씩을 보유한 이마트(139480)와 미국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은 600억원으로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라고 해도 고객에게 받은 돈을 잘못 운용하면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며 "스타벅스는 일종의 규제 차익을 누리고 있는 셈인데 최소한의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금법 개정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온라인 유통 관련법이나 공정거래법의 소비자 보호 부분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