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지중해 노선 운임도 강세 계속
컨테이너 선사들, 선박·박스 투자 확대
"HMM 등 갈길 멀어… 경쟁력 더 키워야"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가 3주 연속 상승하며 2달만에 2800대에 진입했다. 아시아~북미 노선 운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해운사(선사)들이 시황 강세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 우리 해운업계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CFI는 이날 기준 2833.42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181.3포인트 오르면서 지난 2월 19일 이후 2달만에 2800대에 진입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해운 물류망은 이집트 수에즈운하 사고로 더 꼬였는데, 물동량은 계속 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을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 1일 분주한 부산항.

SCFI는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5개 노선의 스팟(spot·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종합해 계산하는데 대부분의 노선 운임이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 운임은 1주일만에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01달러 올라 4432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운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북미 동안 노선 운임도 FEU당 5452달러로 지난주보다 118달러 상승했다. 2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은 같은기간 223달러 오른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187달러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4000달러대에 진입했다. ▲지중해 213달러 ▲중동 308달러 ▲남미 219달러 ▲호주 46달러 등 모두 지난주보다 운임이 상승했다.

해운 운임 강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스위스 선사 MSC는 지난 2일 중국 조선소에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13척을 발주했다. MSC의 신조선박 발주량은 35척, 65만9000TEU로 늘었다. 현재 MSC의 선복량(적재능력)은 390만TEU 수준이다. 이들 선박을 모두 인도받게 되면 선복량 기준 전세계 1위 머스크(412만TEU)를 뛰어넘게 된다.

앞서 대만 선사 에버그린도 지난달 26일 삼성중공업(010140)에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대만 선사 완하이라인도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나섰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는 지난 14일(현지시각) 5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에 15만TEU의 컨테이너를 신규 주문했다고 밝혔다. 하팍로이드는 지난해에도 35만개의 컨테이너를 추가로 들여왔다. 하팍로이드는 "컨테이너 박스의 회전 속도가 느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박스가 필요하다"고 주문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몸집을 키우면 상대적으로 우리 해운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HMM(011200)의 경우 다음달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추가로 받더라도 총 선복량이 95만TEU로 한진해운 파산 전 수준(105만TEU)을 밑돈다.

국내 컨테이너 박스 부족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HMM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컨테이너박스 6만1200개를 주문했는데 지난달부터 일부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전날 ‘해운산업의 도약 지원방안’ 가운데 하나로 HMM의 신조 발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까지 지원 규모와 방법 등을 정해 HMM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최대 12척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은행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규모뿐만 아니라 해운과 물류를 연계한 서비스 강화까지 이어가고 있는 만큼, 아직 HMM을 비롯한 국적 선사들은 갈길이 멀다"며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