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공장 가동률 35% 수준…부품사 가동률도 '뚝'
재기 전략으로 '전동화' 방점… "부품사 체질 개선 필요"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005380)·기아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성우하이텍(015750)의 중국 매출은 최근 5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내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그 여파가 부품사까지 덮친 것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에 1조3000억원을 넘었던 성우하이텍의 중국 매출액은 지난해 4900억원으로 줄었고, 전체 매출액 중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28.4%에서 13.6%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판매 부진은 심각하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66만여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2009년(81만대)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베이징과 창저우 충칭 등 중국 현지에 4개 공장(베이징 1공장은 2019년 가동 중단)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46만5000여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4개 공장의 최대 생산 능력이 연간 135만대인 것을 고려하면 가동률이 35% 수준에 그친 셈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내 부품사 공장 모습.

중국 현지 현대차의 공장 가동률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현대차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부품사들의 위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한 부품사 관계자는 "현대차만 믿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 대부분의 공장 가동률은 20~30% 수준"이라며 "현대차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해외 업체로 고객사를 확대해 이익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 업체와 경쟁이 쉽지 않아 수익은커녕 비용이 눈덩이처럼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리에 나서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서연이화(200880)는 지난 2018년 베이징법인의 보유 지분 67% 중 17% 정도를 현지 파트너사에 매각했다. 대원강업(000430)도 지난 2005년 설립한 베이징대원과 2011년 설립한 장쑤대원 등 중국 현지법인 2곳의 지분 각각 70%를 중국 현지 업체에 넘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는 500여개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이들 부품사가 현대차에 대한 의존을 줄여 고객사를 다변화하거나 핵심 제품을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위기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다잡겠다며 지난 15일 발표한 중국 전략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에 방점이 찍혀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를 통해 ▲현지화 R&D 강화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수소연료전지 기술 사업 본격화 및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 4대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총 21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고급차 시장을 잡기 위해 올해 처음 중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했지만, 제네시스 모델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도 전동화 비중을 확대하고 중국 현지 업체 등 현대차 이외 업체에 대한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