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 가치 없다, 시장 과열에 우려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 제약 아주 많아"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가상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고, 투기 자산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진행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암호자산(가상화폐)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그도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이주열 한은 총재

이 총재는 앞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 자산"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입장 변화는 없다. (내재 가치가 없는 투기자산이라는 발언은) 사실을 말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고 있고 거기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4일(현지시각) 파월 의장도 "암호화폐는 정말로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이 총재와 같은 의견을 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파월 의장은 워싱턴DC 경제클럽과의 원격 인터뷰에서 "결제수단으로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다"며 가상화폐를 금에 비유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금이 실제로 갖지 않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왔다"며 가상화폐가 실제로 갖지 않은 가치를 사람들이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은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날이어서 파월 의장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았다.

이 총재는 나아가 과도한 가상화폐 투자가 금융 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도해진다면 관련 대출 등의 부실화 가능성이 생기고, 금융 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많은 나라에서 암호자산 시장이 커지고 있고 거기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고, 한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과열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로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에 대해서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CBDC 발행엔 상당 기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로서 투기 수요에 줄 수 있는 영향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