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기 시작하면서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신용카드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카드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고소득 금융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연회비가 10만~8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신용카드들을 줄지어 내놓는 추세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업계 2위권인 삼성카드는 올 들어 프리미엄 신용카드 2종류를 새로 선보였다. 지난달 삼성카드가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내놓은 ‘신세계 더 에스 프레스티지’는 신세계백화점 ‘골드 등급’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만 발급하는 카드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구매 금액에 따라 매년 6개 등급으로 멤버십을 운영한다. 최상위 999명은 트리니티로, 그다음은 다이아몬드(연간 6000만원), 플래티넘(연간 4000만원), 골드(연간 2000만원), 블랙(연간 800만원), 레드(연간 400만원 또는 분기 기준 100만~200만원)으로 구분한다. 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신세계백화점에서만 매년 2000만원 이상 물건을 사야 기본 자격이 생기는 셈이다.

지난달 삼성카드가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내놓은 ‘신세계 더 에스 프레스티지’ 신용카드.

이 카드는 전월 이용금액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전국 신세계백화점에서 1.2% 결제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이 아니더라도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1% 결제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회비는 15만원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난 1년간 프리미엄 카드 소비자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에서 고가품을 사는 구매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17년 단종됐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늄’을 이달 들어 다시 출시했다.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 아멕스(Amex)와 제휴한 이 카드는 연회비가 70만원에 달한다. 대신 특급호텔 50만원 할인 혜택과 골프장 부킹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카드 외관도 기존 플라스틱 대신 금속을 이용한 특수 소재로 꾸몄다.

일부 카드사들은 이미 존재하던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이번 기회에 리뉴얼해 선보이기도 한다. 현대카드는 일반 금융 소비자가 가입할 수 있는 최상위 프리미엄 신용카드 ‘더 퍼플’ 카드를 혜택을 손봐서 ‘더 퍼플 오제’로 다시 내놨다. 이 카드는 연회비가 80만원이지만, 기본 포인트 적립 같은 혜택 외에도 60만원에 달하는 바우처를 준다. 카드로 연간 4000만원 이상 결제하면 현대카드 포인트를 30만점 더 쌓아주거나, 연회비를 50만원으로 깎아준다.

현대카드가 선보인 최상위 프리미엄 신용카드 ‘더 퍼플 오제’.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잇달아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는 배경에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최근 고가품 구입이나 호텔 숙박 같은 보복 소비로 분출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오프라인 카드승인액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최근 소비 회복세는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12일 분석한 신한카드 자료에 따르면, 3월 카드승인액은 13조50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5% 늘었다. 특히 지난달 오프라인 카드승인액은 전년 대비 15.9% 증가하며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존 프리미엄 카드들은 대체로 항공 마일리지를 쌓아주거나, 해외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상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카드 혜택을 뒤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도 잇따른 프리미엄 카드 신규 출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신용카드 사용자는 결제 건당 이용금액이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며 "카드사로서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카드 소비자 기반을 넓히는 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카드 이용자들은 월평균 결제금액이 200만~1000만원대로, 일반 카드보다 최소 세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