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추정되는 구글 앱 결제 사업
한국 아닌 싱가포르에 법인세 신고
세금 논란 본질은 국가 간 권한 다툼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가 중요 과제

구글.

구글 한국 법인이 공개한 지난해 실적을 두고 조세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결제 사업과 관련한 국내 매출만 수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한참 못 미치는 규모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한국 소비자로부터 수익을 내는데도 막상 소득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외국 과세당국에 신고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실적 발표로 또다시 세금 문제가 구설에 오른 것이다.

지난 14일 구글 국내 법인인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20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구글코리아가 2006년 한국에 설립된 이후 국내 실적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 시행으로 올해부터 보고 의무가 생긴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국내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추정하는 구글의 앱 사업 관련 수익과 공시에 나타난 구글 수익 간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날 함께 실적을 발표한 결제대행(PG) 사업자 구글페이먼트코리아와 클라우드 전문인 구글클라우드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각각 866억원, 58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괴리가 크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의 ‘모바일 콘텐츠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구글은 국내에서 앱 결제 관련 사업으로 5조~6조원의 매출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앱 사업 관련 법인 소득 신고와 세금 납부를 싱가포르에 하고 있다. 사업을 행하는 고정된 장소인 ‘고정사업장’을 따라간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와 싱가포르 정부 간의 조세 조약에 따른 기준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고정사업장이 되려면 단순 예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되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을 수행하는 장소여야 한다. 보통 IT 기업의 경우 고정사업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서버 존재 여부인데, 구글 아시아퍼시픽 서버는 한국에 없고 싱가포르에 있다.

그러나 고정사업장 기준 과세 방식은 제조업 중심의 과거엔 적절했을지 몰라도 IT 산업이 핵심이 된 오늘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신발이나 자동차를 만들어 팔 때는 필연적으로 제조·판매지에 고정사업장이 수반되기 마련인데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특정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면 굳이 나라마다 사업장을 세우지 않아도 광범위한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 연합(EU) 등을 중심으로 고정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매출 발생지에서 세금을 걷자는 ‘디지털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결국 구글 논란의 본질은 국가별 과세 권한을 어떻게 나눠 갖는가의 문제다. 구글코리아의 임재현 전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구글은 지난 10년 동안 약 연평균 23%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했다"며 "이는 세금을 어디에 납부하느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 한국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20~25% 수준이다. 임 전무는 그러면서 "구글은 OECD에서 새로운 룰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무턱대고 한국이 구글에 매출 5조원에 대한 디지털세를 내라고 했다가는 나라 간 밥그릇 싸움이 발생할 수 있다. 구글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법인세, 부가세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별도 과세를 추가로 하면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자칫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도 확전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프랑스는 구글, 애플 등을 상대로 연 매출 3%의 디지털세를 부과했다가 미국이 와인, 명품백 등 프랑스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 개별 디지털세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신 우리 정부는 디지털세라는 제3의 방식이 아닌 고정사업장을 넓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과세권을 행사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해 구글에 대해 법인세 5000억원을 추징했다. 이 중 3500억원이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 1500억원이 구글코리아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구글은 세금을 납부한 뒤 조세심판원을 통해 불복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조세심판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양측 모두 만족하기 어려워 법원 재판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벌어서 대부분 한국에 법인세를 납부하듯 구글 역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소재하는 나라에서 세금을 내는 것이다"라며 "서비스 이용자 기준으로 세금을 내게 되면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법인세를 많이 걷게 돼 반드시 정답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