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주문 생산업체) TSMC의 공장이 14일 정전으로 멈춰서면서다. TSMC는 CPU 3대 기업인 인텔·AMD·애플과 통신용 반도체의 양대 산맥 퀄컴과 브로드컴, 인공지능(AI)과 그래픽반도체의 강자 엔비디아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

15일 빈과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전날 낮 성명을 내고 타이난(台南) 과학단지 내 송전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정전이 발생해 14공장이 멈춰섰다고 밝혔다. 대만전력공사(TPC)는 이후 사고 발생 6시간여 만인 오후 6시 23분 즈음 전력 공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보는 이번 사고가 아이폰 주요 조립업체인 위스트론이 단지 내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굴착 작업을 하다가 지하에 매설된 TPC의 161kV(킬로볼트) 송전 케이블을 끊으면서 벌어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TSMC 외 싼푸(三福) 케미컬 등 10곳의 공장도 이날 정전을 겪었다.

자유시보는 관계자를 인용해 TSMC가 이번 사고로 생산 중이던 3만여개 웨이퍼를 잃을 경우 약 10억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393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나노미터 단위로 이뤄지는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단기간의 정전도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TSMC는 14공장에서 55㎚, 40㎚, 20㎚, 16㎚, 12㎚ 제품을 생산한다.

TSMC는 오는 15일 열리는 1분기 법인 설명회에서 정전에 따른 영향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힐지는 미지수다. TSMC는 지난달 말 북부 신주 과학단지 내 12공장에서 불이나 정전을 겪었을 때도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시 업계는 12공장이 연구개발 및 시험 양산 공장의 성격을 띄는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는 없더라도 완전히 재가동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