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작년 유상감자로 로레알에 1326억 지급
실적 부진에도 300억 넘는 배당금 책정
투자 당시보다 난다 기업가치 하락했을 가능성
MZ세대 감성과 동떨어져…中 시장 경쟁 격화

지난 2018년 토종 패션·화장품업체 스타일난다를 6000억원에 인수한 로레알이 지난해 130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로레알이 유상감자(주식 수를 줄이고 그만큼 주주들에게 보상)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8년 로레알에 인수된 스타일난다 운영사 난다가 작년 1300억원을 유상감자를 통해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스타일난다를 운영하는 난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00% 지분을 보유한 로레알을 대상으로 1만1000주에 대한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1주당 가격은 1206만원, 총 1326억6281만원을 지급했다. 로레알이 3년 전 난다 지분 5만주(100%)를 6000억원 안팎에 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감자로 6억6000만원 정도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을 유상으로 소각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減資)을 말한다. 주주들이 가진 주식을 기업이 값을 지불하고 도로 사들이는 일종의 주식 환불이다. 기업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거나 주주들이 투자금 회수를 요구할 때 단행되는 경우가 많다. 로레알과 난다 측은 이번 유상감자 목적을 묻는 조선비즈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로레알은 배당금도 두둑히 챙겼다. 난다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로레알에 대한 배당금을 336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난다의 매출은 2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감소했는데 매출이 줄어든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8% 줄어든 443억원, 당기순이익은 19% 감소한 336억원으로 집계 됐다.

2006년 설립된 난다는 자체 제작한 의류와 화장품을 자사 온라인 몰과 명동, 홍대 등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대형매장),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판다. 20대 초반이었던 김소희 전 대표가 월매출 1000만원에 그치던 동대문표 온라인 쇼핑몰을 ‘센 언니’ 콘셉트의 의류와 화장품(3CE)으로 채워 연매출 2000억원대 회사로 키웠다. 2018년 로레알에 매각되면서 K패션 스타트업의 대표 성공 사례가 됐다.

이 회사에 6000억원을 베팅한 로레알이 3년 만에 일부 금액을 회수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인수 당시보다 난다의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난다의 지난해 실적 부진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크지만 업계에선 요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과 1990년대에 태어난 Z세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난다가 적응하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고 본다. 국내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꾸미지 않은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옷과 화장법이 유행인 요즘 흐름과 난다의 컨셉은 동떨어져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 연령층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알이 주력으로 삼는 중국 시장에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난다가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난다처럼 20~30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중국 신생 화장품 브랜드가 무섭게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2017년 설립된 퍼펙트 다이어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9년 중국 메이크업(색조) 시장에서 프랑스 LVMH 산하 크리스찬디올과 로레알에 이어 에스티로더 산하 맥과 함께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로레알은 2019년 말 로레알코리아 대표 크리스티앙 마르코스 아르나이를 난다 사내이사에 앉힌 데 이어 올해 초 로레알 중국 대표 파브리스 메가르반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