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0.5%)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확산 우려가 나오는데다 수출을 제외한 경기회복이 미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통위는 지난 5월 이후 11개월째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됐던 지난해 3월 한 차례 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크게 인하한 후, 5월 추가로 0.25%포인트(p)를 인하해 2개월 만에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75%p 내렸다. 이후 계속해서 0.5%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현재 경기 상황에는 여전히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주식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우려가 커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등 내수가 위축되고 고용지표가 하락하는 등 실물경제 회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지표를 살펴봐도 수출을 제외하고선 경기회복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조를 보이며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비, 고용 등 내수 경기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석달 연속 상승하는 등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차 대확산이라는 장벽에 부딪힌 상태다.

코로나19 재확산세도 가파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731명을 기록했다. 현재 유행 상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3차 대유행'이 가라앉기 전에 전국 곳곳에서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면서 '4차 유행'의 초기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의 금리동결은 이미 예상된 바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 채권전문가 등 응답자 100명 전원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현 0.50%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라든가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국내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는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연내 금리 인상과 조기 테이퍼링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연준 책임자로서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