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003920)과 한국의과학연구원이 13일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불가리스는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마트에서 사재기 바람이 불며 귀한 몸이 됐다. 오픈마켓에서도 주문이 몰리며, 지금 주문하면 토요일에야 배송받을 수 있을 정도로 물량이 동났다.

주식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지난 7일 3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던 남양유업 주가는 14일 장중 48만9000원까지 올랐다. 22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일주일새 60% 가량 늘어난 셈이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면서 "불가리스로 실험한 결과,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2시간 남짓 진행된 심포지엄 동안 박종수 소장을 비롯한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을 검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저감 효과'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파악이 어려웠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구체적인 실험 방식을 확인하고서야 해당 주장의 근거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었다. 연구원은 코로나에 감염된 세포를 불가리스가 담긴 샬레(페트리)에 넣은 뒤, 바이러스의 감소율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방식 대로라면 코로나 감염 세포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와 같은 고도주에 넣어 바이러스 감소율을 측정한 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다.

질병관리청은 "(불가리스 실험은)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사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체에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남양유업측도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율이 구체적으로 몇% 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질병청의 발표 이후 이번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오전 내내 빨간불이던 남양유업의 주가도 장 후반엔 하락하더니 전날보다 5% 하락한 36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결코 해프닝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심포지엄 나흘 전부터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닌지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식품의 질병 예방·치료 효능을 광고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정 상품을 지목해 심포지엄을 개최한 배경도 조사가 필요하다. 유산균 제품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설명하는 게 심포지엄의 목적이었다면 '불가리스'라는 특정 브랜드는 노출하지 않았어야 했다.

남양유업의 선긋기식 대응도 문제다. 남양유업은 현재 해당 심포지엄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행사라며 무관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은 남양유업과 함께 불가리스를 공동 연구한 기관이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심포지엄 개최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지하고 초청장을 보내는 등 심포지엄을 뒤에서 지원했다. 심포지엄의 최대 수혜자 역시 남양유업이다.

자사 제품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시장에 퍼졌다면 이를 바로 잡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대중들의 공분을 사며 큰 타격을 받아왔다. 8년 전 일이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숨은 남양 찾기’를 통해 불매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남양은 각종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대리점들이 피해를 본다며 비판과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해왔다. 이번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지 남양유업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